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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08. 2023

안 좋은 일은 다 나한테만 일어나지

아픔,

평소에도 생리통이 랜덤으로 심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던지, 배가 아프다던지, 가슴 통증이 심하던지, 얼굴이 창백해진다던지.

이번 피 비침에는 이 모든 것들이 한 번에 찾아왔다.

새벽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이 찾아왔다.

새우 자세로 고통을 참았다.

'혹시'라는 희망이 1%는 있어 약은 먹지 않았다. 배에 찜질도 하지 않았다.

계속 나를 위로하고 안부를 체크해 주던 남편.

분명 남편도 힘들 것인데, 붉은 피를 직접적으로 보는 건 나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네이버와 구글에 얼마나 많은 검색을 했는지 모르겠다.

'화학적 유산'이 가장 많이 검색되었다.

글자는 간결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착상을 하지 못해 결국 늦은 생리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은 간결하지만 이미 임신 테스트기로 양성을 보고 태명까지 지어준 상황에서는 저렇게 '생각'이 안되었다.

미국에 있기 때문에 12주가 넘은 뒤 가족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려주자고 남편과 약속했기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 슬픔을 알릴 수 없어 더욱이 힘들었다.

결국 너무 슬픈 어느 날 남편에게 울부짖으며 엄마가 보고 싶다 했다.

남편은 어머니께 전화드리자 하였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 마리의 짐승같이 목 놓아 울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엄마는 내가 다 울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었고 진정되자 무슨 일인지 묻고 위로해 주었다.

참 이상하게도 남편이 괜찮다고 백번 말 했을 때는 괜찮지 않았는데 엄마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아졌다.

통화를 어떻게 끊었는지 모르겠다. 그 후 엄마는 따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 듯했다.

즐거워야 하는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흘러 보냈다.


202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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