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가 그쳤다.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친구가 혹시 모르니 다시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라고 했다.
선명한 한 줄이었다.
친구는 나보다 더 너의 생명력을 기대했었다.
한 줄을 보니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과 나를 비난했다.
왜 그때 테스트를 했을까? 안 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것인데... 내가 얼마나 나쁜 환경을 제공해 줘서 네가 안착할 수 없게 했을까? 내가 다낭성이 심해서 네가 약하게 수정 됐을까? 왜 그렇게 빨리 너의 태명을 지었을까?
의미도 없고 말도 안 될 수 있지만 그때는 이런 생각만 맴돌았다.
미국 병원에 다시 전화를 했다.
피가 그쳤다. 임신 테스트기를 하니 음성이 떴다. 내가 이제 뭘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산부인과 의사의 답변을 간호사를 통해 듣기 위해 이 맨트를 세 번 반복해야 했다.
같은 말을 반복함으로써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돌아오는 답변은 다음 생리까지 기다리길 바란다. 생리 전 까지 관계를 하려면 피임을 해라.
나의 짧은 임신 기간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 후 남편 품에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