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차니 Jan 08. 2021

세상은 넓고, 로봇은 귀야워

귀여움 이면에 담긴 생존 전략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무겁고 진지한 것 보다는 가볍고 사랑스러운 감성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선호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보장되는 행복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을 버리고, 스스로가 사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가벼운 행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원초적이고 유아적인 행복한 감정인 귀여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한 디자인과 비즈니스 모델은 엔터테인먼트, 관광을 넘어 자동차 산업까지 인간의 삶 전반에 스며들고 있고, 단순 특정 집단에서 소비되는 문화를 넘어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귀여움 이론”의 창시자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콘라트 로렌츠는 인간이 느끼는 귀여움의 특성을 Baby Schema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한다. (나는 진화 심리학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지만) 인간이 어느 대상에 귀여움을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가진 특징 중 어느 한가지라도 아기의 특성(큰 눈, 큰 머리, 둥근 얼굴, 통통한 팔다리 등이 그 특성에 속한다)을 확인하면 자신이 보호해야하는 대상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매칭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귀여움은 미성숙의 원초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필요로 하는 권력관계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의된 미성숙함이나 기형적인 모습을 아름다움으로 치환하여 언제든 용인할 의향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인간 사회에서 정의하고 만들어진 ‘미성숙’에 기준한다.




로봇 산업에서도 ‘귀여움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성장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마주하는 서비스용 로봇, 가정용 로봇은 이 귀여움을 필수적,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해왔다.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로봇의 모습은 SF영화에서 보거나 하이엔드 연구중심 기업의 성과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기대 (옆집 로봇은 백덤블링도 하던데…)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포기해야하는 경제적, 기술적 (상호 Trade-off 관계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껏 높아진 사람들의 기대에는 언제나 ‘미성숙한’ 상태를 가진 대상이다. 더구나, 가정용 로봇의 경우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되길 원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보살핌과 경계 없는 포용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미성숙한 상태의 대상을 소비를 유도하는 데에 있어서 ‘귀여움’은 핵심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다.


다만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볼 부분은, 위에서 언급된 로봇의 귀여움이 로봇이 가질 수 있는 인간(일반 소비자)과의 “현실적인 이해 및 권력관계” 그리고 인간이 정의한 “미성숙함” 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간생활과 가까운 로봇은 언제든 인간과 이해관계에 마찰이 생길 것(일자리 혹은 생활에 대한 위협이 될 존재)이라는 점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사회가 정의한 ‘미성숙한’ 존재에 대한 일부 인간이 표출하는 혐오감 혹은 우월감 (일상생활, 포털사이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등으로 언제든지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로 빠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귀여움은 무거운 현실사회를 반영한 진지한 생존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내가 로봇에 뜻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귀여움’ 때문이었다. 로봇 스타트업 재직 당시 사람을 따라오는 로봇 (추종물류로봇) 개발에 참여 했었는데, 그 로봇의 모습에서 고양이를 떠올리고 로봇에 애착을 갖게 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귀여움이라는 감정은 가볍고 사랑스러운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좀 더 무겁게 생각해 볼만한 사회적인, 전략적인 이슈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귀여운 로봇 얘기를 가볍게 다루더라도 중간중간 이런 생각해 볼만한 점을 던지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로봇의 사회생활도 어렵고 힘들긴 마찬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