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일반인_개발자 용우님
내가 아닌 타인을 해시태그로 표현한다면 몇 가지의 해시태그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1interview의 주인공인 ‘용우’님은 일본, 개발, 자취, 보드, 여행 등 수도 없이 많은 해시태그가 어울리는 다채로운 사람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준 용우님에게 감사하며 열한 번째 인터뷰를 시작해보자.
2년여 만에 일본에 있는 본가에 다녀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번 가는 김에 오래 있는 게 좋겠다 싶어 8일 동안 휴식 겸 여행을 다녀왔는데, 쌓여 왔던 스트레스나 걱정이 잘 풀린 기분이었다. 도쿄, 이바라키현, 야마나시현, 교토, 오사카의 대장정을 끝마치고 왔더니 아직 적응이 잘 안된다. 일본어 패치가 되었다 사라진 느낌이라 종종 단어를 기억해 내는 것이 힘들다. 그 외에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가 좀 적어졌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근래 이사를 끝마치고, 집의 전등이나 에어컨, 보일러 같은 것들을 자동화시키는 취미가 생기긴 했는데 여유가 많지 않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만져보곤 한다.
회사에 일이 너무 많다.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시간 여유가 없어 벅찬 상황이다. 더불어 개인적인 일들도 많아서 그런지 여유가 없다. 12월 이후로는 생기지 않을까?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보드를 타러 가고 싶다. 그 이후엔 여행을 가고 싶다. 코로나로 어려워졌던 여행길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취를 시작하고 1년간은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지금도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자취를 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텐데, 불이 꺼져 있는 집을 들어간다는 점이 썩 유쾌하지 않다. 묘하게 기분도 좋지 않고 외로운 느낌이 크다. 그래서 집안의 물건들을 자동화해둔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 함께 있는 것처럼.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해야 할 집안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수건을 한 장씩 정리하고 있으면, 혼자 살고 있는데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자취의 장점은 혼자 산다는 것 그 자체이지 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스스로를 옥죄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함에 있어 무언가 이루어 낼 때 그 성취감을 원하기에, 더 완벽하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일 달리고, 그런 일상의 바쁨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성격 탓에 무언가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또는 절대적인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매우 싫어하고 쉽사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특징이지만, 나는 그럼에도 스스로 옥죄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어떤 일이건 관계없이 성취감을 제일 중요시 생각한다. 타인의 성장을 도우면서 얻는 성취감이나, 실패여부와 관계없이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도 큰 편이다. 물론 그것이 보상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목표 달성에 따른 성취감이 최우선 순위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개발 시스템 전반을 구축했던 일이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것 같다. 성취감과 보상은 비례하지 않았지만.(웃음)
딱히 어디서 본 문장이라든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구절 따위는 아니지만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를 가끔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힘든 것인가에 따라 다른 문장도 있기야 한데, "그럴 수 있지" 정도가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이 다 내 뜻대로 이루어져 심적으로 편안하지 않은 이상, 내 스스로의 문제이거나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 “할 수 있지” 정도로 내 의지를 다잡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저 흘러가라는 뜻으로 "그럴 수 있지"를 생각한다.
실제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약 1분 정도는 상황 파악을 하는 데 사용하고, 이후에는 차선책을 도모하려 애를 쓴다.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한 뒤,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면 최선책의 방법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비루한 삶이었지만, 인연을 쌓아 주셨던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정도가 아닐까. 나 같은 사람에게도 신경 써 주었던 많은 사람에게, 감사했다는 말 외에는 내가 남기기 좋은 말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사실 스스로 충분히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런 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삶의 마지막 장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가 중요할까. 그런 마음도 있었고, 한 편으로는 스스로가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간을 내주고, 함께 어울려주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13년 지기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중학생 때 블로그 친구로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온 것이라 인생의 절반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친구와의 사이는 조금 특별해서, 서로 도움을 주거나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도 인연이 길게 유지되고 있다. 오랜만에 봐도 대화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생을 행복하게 해준 친구라고도 할 수 있다.
"나"를 이렇게 소개하고, 파악하고, 인터뷰하는 일이 또 있을까? 없지는 않겠다만, 그런 기회가 쉬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다른 분들이 작성한 것을 조금 염탐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깊으면서, 자신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나를 스스로 분석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준 bong과 K님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