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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가치(Value)'를 만드는 첫걸음

by 허니




우아한 Life 지속가능성을 위해

3. 가치 Section



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좋아합니다. 위기를 극복한 '성공스토리'에 대해 많은 사람이 경청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특별히 '사업가의 성공스토리'에 자극받습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참새처럼 그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에 매혹됩니다.


최근 <백억짜리 아침식사>라는 TV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아몬드"하면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으실까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HBAF 상표와 바프에서 출시한 다양한 아몬드 제품이 생각나실 겁니다.


브랜드 바프 & 바프 매장


저는 체육관 관장님이나 럭비공처럼 꽉 차 보이면서 똘똘한 이미지를 풍기는 윤문현 대표님도 함께 떠오릅니다. 지난 <백억짜리 아침식사_ 2화>의 주인공 출연자였습니다. 2화 콘텐츠에서 보여준 스토리 중 눈에 가장 들어온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바벨! 바로 운동기구입니다.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 운동기구는 유일하게 그런 집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바벨세트는 윤대표님께는 집안의 어떤 물건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윤대표님을 지탱해 주는 정신적인 기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작년 기준, 회사 매출액만 1,100억 원 규모의 성과를 낸 브랜드 바프(HBAF)였습니다. 이런 성공스토리를 가진 회사의 대표님 집이다 보니, 집안의 구석구석이 모두 인스타그램적(instagramable)이었습니다. 세상 속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속 주인공의 집을 그대로 연출한 것 같았습니다. 현대적이고 어느 구석 하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습니다. 먼지 하나 없는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집이었습니다.


바프 대표 (윤문현) 그의 집의 일부


자주 사용하는 덤벨조차 루이뷔통 제품이었고 그 물건이 놓이는 위치와 각도까지 정렬을 맞출 정도였습니다. 각 물건마다 '각'이 잡힌 채, 자신의 자리에만 놓여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조금 숨 막혔습니다.


각 잡혀 놓여야만 하는 루이뷔통 덤벨


그러다, 숨통이 트이는 인간미 넘치는 물건 하나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여진 그 집안에서 유일하게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물건이었습니다. 지금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벨 베드와 바벨 세트였습니다.


이건 마치 현대적이고 우아한 루브르 박물관 중 가장 핵심적인 공간 정중앙에 조선시대에 실제 사용했던 농민의 곡괭이 하나가 덩그러니 전시된 모양새였습니다.


녹슨 곡괭이 같은 바벨세트 덕분에 저는 그제야 그분께 호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세련된 그의 집 어느 구석에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집념이 거기에 담겨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되어 녹슨 바벨세트가 그분께는 단순한 운동기구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의 소중한 마음과 노동에너지를 총동원해서 직접 구입했다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운반도 자신이 손수 해야만 했던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녹슨 바벨


이것입니다. '가치'를 담는 반응이자 의지의 행동입니다.


운동 기구 하나를 사기 위해 스스로 재정을 모으면서 수많은 날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운반할 때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그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나를 수 없으니까, 하나를 나른 후 다음 일부를 다시 운반했습니다. 운반하는 물건의 무게에 지치면, 길거리에서 선 채로 또 머물러야 했을 겁니다.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었던 물건이 너무 무겁다 보니,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매우 길게만 느껴졌을 겁니다. 별의별 생각, 오만가지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시간들입니다. 이 모든 순간을 뛰어넘고 바벨 베드, 바벨 지지대, 바벨봉과 바벨 양 쪽 세트를 자신의 장소에 들여다 놓았습니다. 그 순간 고등학생이었던 윤문현의 감정은 어땠을까요?


그 날이후로 윤대표님은 바벨과 자신만의 역사를 써내리기 시작했겠죠.


공부가 안 되는 고등학교 시절에, 교우관계나 가족관계의 문제들이 드러나는 순간에, 아버지의 사업이 위기라는 불안감이 들었던 긴 밤에,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 100억이라는 빚만 남긴 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던 야속한 날에, 넘겨받은 빚덩이 회사의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살펴도 암담하기만 했던 시간 속에도, 매일매일 잠은 드는지 뜬 눈으로 설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아침 해가 밝으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칠 때도, 윤대표님은 바벨을 들었다 내렸다 했을 겁니다.


바벨 세트와 윤대표님 사이에 축적된 지난 이야기의 깊이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분만이 아실 겁니다. 사업이 번창하여 새로 들여다 놓은 루이뷔통 덤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가치라는 정도만 짐작합니다.


그런데 이 바벨 세트가 저의 집 어딘가로 들어온다면, 그 가치도 동일하게 따라올까요?

그렇다면, 여러분 집에 들여다 놓는 건 어떨까요?

정확한 답은 각 사람의 의미부여에 따라 다를 테죠.


참고로 저희 집에는 사절입니다. 제가 직접 공들인 노력과 시간을 통해 의미부여된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바벨세트 자체로는 저에게 어떠한 가치도 줄 수 없으니까요. '지니의 램프'같은 역할도 하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가치와 의미부여는 이렇듯 상호적인 관계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냥 단순한 반지였다가도 연인들의 평생의 신뢰를 약속하는 '결혼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두 사람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반지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품으로서 반지 & 의미가 된 오직 그 반지


이렇듯, 우리는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것에 대해 가치를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의미를 설정해 주는 일이 가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의 의미를 제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 개월 전부터 저는 매일 먹는 '식사'에 대한 의미 부여를 재설정해 주었습니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려면 운동도 중요하지만 다른 요소가 더 필요했습니다.

'좋은 식단'을 '건강한 시간에' 게다가 '아주 적당한 양'만 먹어야 하더라고요.


꽤 오래 노력하고 있었지만 운동에 비해 '식사 습관'의 발전 곡선은 참 더디게 성장했습니다. 물론 20대 초까지 가지고 있었던 나쁜 습관은 고쳤습니다. 마트의 봉지 과자들, 버터 많이 들어간 빵, 케이크류, 튀김 음식 등 건강에 해로운 음식 너무 좋아했거든요. 과자 끊고 나서, 저는 그 습관 끊어진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채식위주의 식단은 저와 거리가 너무 먼 식습관이었습니다.


느리지만 좋은 진보를 보이면서 야채와 채소 위주의 식단이 식습관에 자리 잡았습니다. 3년 전부터는 간헐적 단식이나 하루 단식 등을 통해 식사량도 신경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미팅을 하면서 함께 외식을 하거나, 혼자 먹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어김없이 '과식'을 하는 저였습니다.


가계부처럼 기록하다 보면, 과식하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하루에 먹었던 모든 음식을 기록하는 일도 시도했습니다.


'참 많이도 먹는구나. 이렇게 먹고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걸 보면, 운동 덕분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렇게 적다가 하루는 제 내면심리를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를 만났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니 과식하면 소화도 불편하고, 저녁에는 잠자리도 불편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잠시 위축되잖아. 그런데 왜 그걸 못 참고 자꾸 과식을 할까? 적당히 먹으면 속도 편하고 식사 외에 다른 업무나 활동하는 것에 대해 집중도 잘되고, 기분마저 좋아질 텐데... 리아는 고치고 싶다면서 그 나쁜 습관을 왜 고치지 못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해주었습니다. 생각도 깊어지면서 점점 의미 있는 답변을 찾더군요.


"리아 너는 일할 때나 일 마치고 나서, 매우 기쁘고 즐거워? 아닐 경우가 많지. 그래 맞아. 대부분의 날의 리아는 에너지가 소진되고 지쳐있더라고. 부정적인 감정을 참아내느라 감정적으로 다운되는 날도 많고 말이야. 리아~ 사실 네가 일하는 게 엄청 즐겁고 성취감이 매 순간 넘치지건 아니잖아? 그래서 너는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모양이야. 요즘 리아에게 즐거운 일 한 가지는 다행히도 '운동'이야. 그다음에 무얼로 보상해 주지?"


"그건 말이야. 양질이지만 맛있는 음식들. 특히 맛집의 식사만이 나의 보상, 상급이자 기쁨이야."


"그래, 리아. 네가 생각하는 식사의 의미는 <지친 너의 영혼의 기쁨을 주는 것이고, 상처럼 보상을 주려는 것>이야. 그러다 보니, 맛집을 좋아하고, 맛집에서 식사하는 게 아주 소중하다 보니, 맛집에서 제공하는 과다한 한 접시 식사양을 포기할 수 있냐고?"


이런 내면의 진심을 깨달은 이후로 저는 '식사'에 대한 의미 부여부터 재설정해 주었습니다.


"리아에게 식사의 의미는 이제 <건강을 회복하면서 더 건강해지는 시간>이야. 도파민 중독을 음식을 통해서 채우려는 사람의 식사 의미는 끝났어. 그건 나의 식사의 의미가 더 이상 될 수 없어. 알겠지? 삶의 즐거움은 다른 것들에서 발견해 보자."


이렇게 의미가 재설정된 식사 습관은 조금씩 좋은 진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 보다, 2025년에 이후로 대부분의 식사를 제가 직접 장보고, 재료를 씻고, 요리해서 먹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1인 가정'이라는 이유로 샐러드만 먹어도 사 먹었습니다. 회사 업무에 집중한다는 좋은 핑계도 있었고, 기분 내키면 만들어 먹고 아니면 사 먹었기 때문에, 사놓은 식재료는 식재료대로 대부분 상해 버렸습니다. 이것 또한 사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합리적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더 건강해지는 식사 시간>의 의미의 재설정을 통해 아주 좋은 진보를 경험합니다. 놀라운 일은 제가 직접 만들어도 음식이 맛있다는 점입니다. 신선한 재료 그대로를 사용하면서, 자극적 첨가물 없이 만들었는데, 제 음식의 맛이 점점 우수해집니다.


"자연의 맛"은 그 참 맛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정말 있는 그대로 너무 맛이 좋습니다.


알배추를 잘 씻어서 생으로 아삭아삭 씹어 먹어도 너무 맛있고,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배추구이를 해서 계란이나 다른 소스 배합을 해도 정말 행복을 주는 맛이 납니다. 다른 야채와 채소들 모두 그렇습니다.


최근 애정을 쌓아가는 '무'라는 재료는 찜기에 찌기만 해도 금세 달아집니다.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생와사비를 곁들여서 먹으면 입안에 무즙이 가득한 가운데 톡 쏘는 와사비 맛이 일품입니다.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요리하다 보니, 과식에 대한 걱정 자체가 줄었습니다. 포만감이 충만할 정도로 마음껏 먹어도 소화하거나 활동하기에 좋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여러 자극적인 맛이 사라진 식탁이지만 자연스러운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커져가는 행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매 번 늘어가는 '요리 솜씨'와 '설거지와 정돈된 주방'을 바라보는 기쁨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일은 항상 기쁨이 따라옵니다.


요리하는 초보 요리사


이건 가치를 바꿔주는 '의미의 재설성'의 아주 작은 예일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다시 윤문현대표님의 바벨세트에 대한 의미부여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표님의 '바벨 운동 기구의 의미'가 윤대표님 인생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무엇일까요?

의미가 쌓인 시간과 노력의 깊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단순한 바벨 세트가 아니라 '가치 있는 상징'을 만들어 온 이야기입니다.

년 매출 1,100억 원 이상의 성공적인 회사의 리더의 비밀이 그 가치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식사뿐 아니라 제 삶의 많은 부분에 '의미'를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더욱 온전하고 발전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재설정해주고 싶습니다.


가치 있는 의미를 만드는 시작이겠지만 공들이면서 시간을 쌓다 보면 세계적인 가치의 핵심적인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5년 3월 13일

나디아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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