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o Patzcuaro
오전에 숙소를 옮겼다. 욕실 없는 방으로 100페소인데 영 아니다. 성수기임에도 다른 방에도 손님이 별로 없다. 화장실도 멀리 떨어져 있고 욕실엔 세면대도 없이 샤워기 하나만 달랑 있다. 오늘은 그냥 세수하고 양치만 하고 자려했는데 어디서 바가지라도 구해야지 싶다.
론니 플래닛에서 말하길, 여기 겨울은 추우니까 겨울에 가는 사람은 스웨터라도 갖고 가라 했는데 진짜 춥다. 어젯밤에 잘 때도 추워서 이불을 꽁꽁 말고 잤고 지금도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다.
숙소를 옮긴 후 Lago Patzcuaro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되게 쪼꼬맣고 많이 녹슬어서 차가 덜커덩거릴 때마다 부서질 것처럼 보이지만 잘 간다. 강에 도착해서 Isla Janitzio로 가는 왕복 배 표를 끊었다. 특별한 건 없지만 아름다웠고 멀리서 보는 섬이 근사했다. 작은 섬에 빼곡히 집들이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상당수의 건물이 빈 집이었고 나머지는 섬에 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새삼 느끼지만 멕시코의 장사 수완도 대단하다. 섬 앞에서 여러 명이 그 지방 고전적인 방법으로 낚시를 하는 듯 보이더니 이내 다가와서 동전을 달라고 모자를 내민다. 쇼맨십이었다.
이 섬에 오는 사람들은 외국인은 별로 없고 대부분 가족끼리 놀러 온 현지인이었다. 그래서 버스에서도, 배에서도 내가 신기한지 나만 지나가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섬 꼭대기까지는 금방이지만 계단이 가파라서 모두들 헥헥대며 올라갔다 꼭대기에는 커다란 동상이 있는데 여기 들어갈 때도 입장료를 받고 그 옆에 화장실도 돈을 받는다. 그래, 멕시코 너네 관광 짱먹어라.
돌아오는 배 안. 나의 방향 감각으로는 분명 섬으로 온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무지 걱정했는데 도착해보니 섬으로 출발한 그곳 맞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도대체 나의 방향 감각이란.
이 동네는 쪼끄만 것 같은데 시장에 엄청나다. 구석구석 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 진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특히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 게 많아 아이들 손 잡고 온 부모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오늘, 예전부터 궁금하던,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먹는 우윳빛 액체를 먹어봤다. 연한 베지밀 같기도 하고, 요구르트 조금 섞은 것 같기도 하고 달달하니 맛있다. 영양가도 높게 생겼으니 내일도 먹어야겠다. 그런데 오늘 일과가 너무 빨리 끝났다. 저녁까지 대강 먹고 시장 구경 다 하고 들어왔는데 6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스페인어 공부 조금이라도 하다 자야겠다.
지금의 감상
저 우윳빛 액체는 쌀 우유(leche de arroz).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때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