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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 Jan 27. 2024

필!승! 돌돌이의 입대

6주 만에 돌돌이를 만난다. 아들은 1학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갔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기 전, 가족들이 참석할 수 있는 수료식이 열린다. 바로 오늘이 수료식이다.  


입대를 앞둔 지난 몇 달 동안, 돌돌이의 대화 주제는 기-승-전-군대였다. 만날 날 때마다 언제, 어떤 군대에 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기숙사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이들이 있어 경험담을 듣는 듯했다. 2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날, 기숙사에서 짐을 옮겨 차에 싣고 조부모님을 뵈러 갔다.           


먼저 외갓집에 들렀다. 나의 아버지는 돌돌이가 학기 말이라 대전으로 내려가기 전에 문안 인사차 들리는 줄로 알고 있었다. 4일 뒤 포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아버지가 해병 251기, 남동생이 946기였기에, 1301기로 입대하는 돌돌이 소식이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아버지가 전하는 말은 훈련이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훈련소 처음 들어가서 좌향좌 우향우만 하니까 세상 쓸데없는 데 시간을 쏟는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런 단순한 동작이 쌓여서 나중에 옆자리 동료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게 되고 하나의 움직임으로 단결시켜 주더라. 해병대 훈련이 다른 군대보다 더 힘든 건 맞아. 그런데 지나고 나면 해병 생활이 네가 인생에서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거야」     


이어서 친가로 갔다. 이미 결정을 내린 사안임에도 시어머니는 왜 하필 해병대냐, 어째서 추운 겨울에 입대하느냐고 걱정을 하셨다. 평소 말씀이 없던 시아버지는 당신이 최전방 장교로 근무할 때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돌돌이는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는 말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안심시킨 후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한 조언은 의외로 감성적이었다.

「군대에서 힘든 일 겪다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을 거야. 나도 모르게 저절로 흐르지. 눈물이 나거든 참지 말고 흘리면 된다. 그럼 지나갈 거야」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돌돌이가 말을 이었다. 

「OO형이 해병대 나왔잖아. 그 형이 나한테 해 준 얘기가, 3S만 챙기라고 그러면 괜찮을 거라고 그러네. 3S는 sound, sense, speed의 약자인데, 교관이나 선임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센스 있게 행동하고, 빨리하는 걸 말해」 

「군대에서 중요한 거 배우네? 빠릿빠릿하고, 남 이야기 잘 듣고, 센스 있는 사람은 어디에나 필요한데」 

「그렇지, 군대도 사회니까. 아무래도 일 잘하고 눈치 빠른 사람을 좋아하겠지. 또 다른 선배가 ‘나다싶’ 이란 말도 알려줬어」

「나다싶은 무슨 뜻?」

「예를 들어 군대에서 축구를 한다고 치면 이게 내가 찰 공인가? 아닌가?라고 고민하지 말고 ‘나다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뛰라고. 우물쭈물하지 말고 몸이 먼저 가면 된다고 하더라」


인생의 선배로부터 다양한 비결을 들은 돌돌이는 입대 전 마지막 주말 동안 온라인으로 교양과목 기말고사를 치르고,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고, 머리를 깎은 후 훈련소로 떠났다.


Photo Credit: Larisa Koshkin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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