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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 Mar 06. 2024

수료식이 두 번이라고?

 1월 말 포항에서 열린 해병대 신병 수료식에 참석한 지 한 달 만에 경산에 갔다. 아들이 4주 동안 후반기 교육을 받고 수료하는 날이었다. 포항에 갈 때만 해도 수료식이 하나 더 있는 줄 몰랐는데, 경산으로 이동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돌돌이의 편지를 받았다. 교육을 마치는 날 부모, 조부모, 형제, 남매 등 직계가족이 방문한 사람은 오전 10:30부터 오후 6:30까지 면회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편지에는 “가족들 모두 바쁘시겠지만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일정을 조율하면 가능하지만, 내가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병사들 대부분이 부대에 남아있는데, 돌돌이만 밖에서 쉬다 오면 눈에 띄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였다. 며칠 후 아들과 통화하며 물어보았다.


「동기들이 대부분 면회 외출 나간대? 한번 알아봐. 너 혼자 외출 나가서 시샘받을까 봐 그러지」

「오실 수 없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남 눈치 봐서 갈 수 있는 데도 참고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해요. 집이 가까운 사람은 집에 가서 목욕하고 온다는 사람도 있어요.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고 대부분 나가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꼴로 신병을 면회하는 게 군대 적응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 아리송했지만, 돌돌이가 잘 판단했으리라 믿고 경산으로 향했다. 50여 명이 넘는 훈련생 중에 부대에 남아있는 사람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 거의 다 바깥바람을 쐬는 것 같았다. 돌돌이는 점심을 먹으며 그간 훈련 과정과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함께 훈련받는 사람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핸드폰 요금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은 사회 경험이 없는 축에 속한다고 했다. 아들은 아직 본인이 통신비를 내기는 부담이지만, 군 복무 기간 동안 휴대전화 요금 할인 혜택이 있으니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이라 얻는 작은(?) 혜택이지만, 군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경제관념이 생겨서 고정 비용을 줄이겠다는 아들을 보니 군대에 가서 성숙해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면회 가는 게 맞는 걸까 하고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과 달리, 돌돌이와 함께한 시간은 즐거웠다. 요즘은 엄격한 사랑보다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사랑이 대세인지 전국 각지에서 아들을 보러 온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군 생활 힘들어도 무조건 버텨야지 했던 나의 뻣뻣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날 군복 입은 돌돌이와 통신사 대리점으로 걸어가는데, 한 어르신이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해병대 몇 기야?」

「네 00기입니다」

「수고가 많다. 담배 피우나?」

「안 피웁니다」

「담배 피우면 담뱃값 줄라 캤더니마는. 나는 백령도에 있었다」

「저는 연평도입니다」

해병대끼리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선후배라는 이유로 챙겨주려는 모습이 신기했다. 면회 외출이 끝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돌돌이가 말했다.

「아까 말을 잘못했네. “자네 담배 피우나?” 그러면 “네, 없어서 못 피웁니다.”라고 말할걸. 그러면 용돈도 받고 좋았을 건데」 


 초봄의 어느 날 아들 덕분에 경산 나들이를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으니 좋은 추억이 생긴 셈이다. 돌돌이처럼 필요할 때 가족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현명한 거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Photo Credit: https://www.pexels.com/ko-kr/photo/1610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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