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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 Aug 05. 2024

기숙학교 개학 준비

   은호가 일주일간의 짧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주말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게 일상이라서 그런지 개학 준비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기숙사 짐의 절반은 이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에는 이불이 없어서 짐 부피가 작았다. 매 학기 말, 나는 아들에게 기숙사에서 쓰던 침구를 가져오라고 당부한다. 이번에도 집에서 침구를 세탁할 계획이었는데 뜻밖의 방법을 찾았다. 기숙사를 방문해서 세탁물을 수거했다가 학교로 가져다주는 업체 정보를 알게 되어 아들이 이불을 맡기고 온 것이다. 


「나는 이불을 들고 오지 않아서 좋고, 엄마는 장마에 이불 빨래를 안 해서 좋고. 잘했죠?」

「그래, 딱 좋아. 세탁 서비스가 있는 줄 몰랐네」


그간 은호는 세탁실에서 직접 빨래하거나 집에 가지고 오면 내가 챙겨주었는데, 집이 먼 학생들은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나도 부피가 큰 이불이나, 짧은 기간 내에 찾아야 하는 교복은 해당 세탁업체에 맡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서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게 지속되었으면 한다.  


   개학을 앞두고 은호가 새롭게 장만한 용품은 헤어드라이어다. 아들은 그동안 곱슬머리를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 소모와 원하는 머리 모양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마침 커트를 할 때가 되어 평소에 다니던 데 말고 곱슬머리 손님을 전문으로 다루는 스타일리스트를 찾아갔다. 그녀는 여러 가지 머릿결 관리 방법을 제안해 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머리를 말릴 때 디퓨저 노즐을 부착한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라는 팁이었다. 바람을 두피에 바짝 붙여서 골고루 분사하면 머리가 고르게 말라서 곱슬곱슬함을 줄이고 잔머리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은호는 볼륨매직 파마를 하거나, 화학제품으로 머릿결을 뻣뻣하게 굳히는 것보다 샤워 후 말리는 방법을 바꿔보라는 조언에 관심을 가졌다. 머리 손질은 누구나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하는 일인 데다가, 청소년기에 호르몬 변화로 곱슬곱슬함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은호가 느끼는 곱슬머리의 불편함이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클 수도 있겠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지금 있는 드라이어 있는 어쩌고 또 사겠냐고 치부할 일이 아니라 도구를 바꿔서 모발 관리가 수월해진다면 그것도 현명한 방법일 테니 일단 한번 사 보기로 했다. 


   제품을 비교 검색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은호가 할 일이었다. 미용실에서 사용했던 헤어드라이어는 다이슨사의 고가 제품이었지만, 청소년이 그런 제품을 쓸 수는 없기에 적당한 가격대면서 디퓨저 노즐 기능이 있는 헤어드라이어를 골라보라고 했다. 쿠팡에 내 카드 정보를 저장해 놓았기에 사전에 나와 상의한 아이템이면 아들이 직접 주문한다. 잠시 후 은호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 쿠팡에서 드라이기 샀어요. 35,000원이에요. 감사합니다. 개학 전에 배송 온다고 해서 집으로 시켰어요. 차이슨이야.」


   차이슨? 무슨 뜻이지? 검색해 보니 다이슨 부럽지 않은 가성비를 갖춘 중국산 가전제품을 뜻한다고 했다. 기능 중심의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 은호에게 꼭 맞는 종류였다.


   이불은 세탁소에 맡겼으니 개학식 날 찾으면 되고, 머리 손질은 전문가에게 배운 대로 실천하면 되고, 드라이어는 엄마의 지원으로 새로 샀으니 잘 쓰면 되고. 은호는 고단한 고등학생의 일상 속에서도 여기저기서 필요한 것을 챙겨 여유를 만들어낸다. 똑똑하다고 해야할지 MZ스럽다고 해야할지, 아들을 보면 세대차이를 느끼다가도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은 데 쓰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무튼 홀가분하게 개학 준비를 하는 아들 덕에 나도 신학기 준비랄 것도 없이 개학식에 맞추어 학교에 바래다주었다. 


Photo Credit: Image by Atanas Paskalev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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