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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살이 Sep 29. 2023

10년 뒤 죽기로 결심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건강식으로 먹고 치료로 열심히 받았건만 몸상태가 딱히 진전이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도 점점 꺼져갔다. 나는 정신력의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몇 날 며칠을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잠만 잤다. 깨고 싶지 않았다. 깨면 다시 끔찍한 현실을 맞이해야 하니까. 아무리 낫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노력해 봐도 조용히 없었다. 이제 다시 일어나서 노력할 힘도 없었다. 나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밤마다 신께 빌었다 .

"제발 내일 아침 제가 눈을 뜨지 않게 해 주세요. 이제는 낫게 해 달라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저 죽게 해 주세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신께서는 또다시 내 바람을 들어주시지 않으셨다. '역시 그럼 그렇지 내가 원하는걸 신께서 들어주실 리가 없지' 절망적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아 또 살아있네.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지?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거지?

그러다 몇 년 뒤 우연히 과한 수면의 원인이 현실도피의 일종이다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내가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잠만 잤던 이유가 내가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만큼 나는 강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무너지고 결국에는 자포자기 상태까지 이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아 그때 난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구나'


내게 닥친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어서 계속 도망쳤다. 노력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보니 그렇게 가고 싶었던 대학도 꿈도, 건강해지겠다는 마음도 다 놓아버렸다. 미래를 상상하기만 해도 절망적이었다. 내 미래는 암담했다. '이렇게 아프기만 하고 계속 부모님에게만 의지하면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으면 난 어떡하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두근거림은 평상시에도 이유 없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결국 나는 불안증까지 생겨버렸다. 


산 것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텨오다가 죽음을 결심했다. 더 이상의 삶은 나에게 무의미했다. '이제 그만 여기서 끝내자.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해도 잘 버텨온 거야.' 인터넷에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검색했다. 지금까지 고통스러웠으니 떠날 때는 고통 없이 가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죽음을 준비해 갔다. 유서를 쓰고 내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날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자려고 누운 순간 엄마가 내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자고 있는 척을 했다. 엄마는 자고 있는 내 머리를 계속 쓰다듬다가 이마에 뽀뽀를 하고 나가셨다.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졌다. '내가 없으면 우리 엄마는 어떡하지? 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순조롭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가 갑자기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내가 계획에 성공한 이후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우리 엄마, 아빠는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엄마,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걸까? 그렇지만 나도 너무 힘들걸. '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았다. 그래서 쉽게 죽을 수 없었다. 엄마,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게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쉽게 삶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한계에 다 달았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만 아프고 싶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걱정하며 챙겨주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거지? ' 몇 날 며칠을 고심했다.


그러다 결심이 섰다. 

 '그래. 이렇게 다 포기하고 죽는다면 나한테도 부모님한테도 미안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번 다시 일어나서 도전해 보자. 하지만 이번에는 기간을 정하는 거야. 지금 내가 24살이니까. 앞으로 10년간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자. 만약 10년이 지나도 이 상태 그대로라면 그때 죽는 거야. '


그렇게 나는 죽음을 유예했다. 그 이후로도 잘해나가다 넘어지는 일상을 반복했지만 죽겠다고 시도한 적은 없었다. 어차피 지금 시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하면 되니까 말이다. 신기했다. 지금까지 나는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내 인생의 끝을 정한 이후로 전보다 다시 마음잡고 일어나는 게 쉬워졌다. 이 끔찍한 인생을 계속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미래를 생각하기만 해도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내 인생에도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죽음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 내 나이는 31살(만 30살) , 내가 죽음을 실행하기로 결정한 나이는 34살. , 10년 안에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34살이 되는 날,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약속한 해를 3년 남기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만 인생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약속한 날짜까지만 참고 견디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시련기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To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


만약 지금 자신이 처한 인생이 너무 힘들어서 죽음을 결심했거나 생각하고 있는 당신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죽고 싶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저의 진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저는 지금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몸에 알 수 없는 통증이 있고 남들보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몸이 회복됐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스트레스받으면서 너무 애쓰기보다는 통증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잃은 것보다는 남아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죽음을 계획하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줘보는 게 어떨까요? 죽지 말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죽음을 잠시 유예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저에게 10년의 기간을 준 것처럼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자신에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1년은 죽으려고 시도하지 않고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겁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마음공부도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겁니다. 계속 실패한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면 안 됩니다. 전과는 다른 생활을 해야 합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내가 약속한 기간만 참고 견디는 겁니다.


만약 제가 약속한 10년이 지나도 시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였다면 저는 그동안 유예했왔던 죽음을 비로소 실행했을 겁니다. 하지만 죽어도 후회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련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시도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냥 내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후회 없이 떠났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도 당신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라도 후회 없이 인생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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