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만들면 된다
反面敎師(반면교사)
한자 그대로의 의미는 '반대의 면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잘못이나 나쁜 면을 보고 나는 그러지 않아야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 쓰는 한자성어이다. 「나무위키」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맨날 집 아니면 병원, 종 종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는 게 전부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전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그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본받고 싶은 멋진 모습도 있었고,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라는 경각심을 주는 모습도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나는 사람들을 접할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잘 보는 편이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고 싶은 그런 점들 말이다.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을 관찰하고 따라 하곤 했다. 예를 들어 항상 밝게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분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을 때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따스한 햇볕 같은 사람이었다. 항상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서 옆에 있으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계속 곁에 있고 싶은 그런 사람 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떻게 저렇게 항상 밝고 긍정적일 수 있는 거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하는 인사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구나."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인사를 해봐야겠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이런 나의 습성? 이 일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팀의 에이스를 파악하고 그 사람을 관찰했다. ' 전화는 저렇게 받아야 하는 거구나 '' 업무 보고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직장동료들과 상사들을 대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고 처리하는지 관찰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묻고 따라 하면서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특히 나는 책상, 서류를 가지런히 정돈하지 않은 채로 일을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하루는 이런 내 모습을 보시고 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하루 씨 책상을 보면 내가 더 정신이 없어.' 일만 제때 잘 처리하면 되지, 정돈하는 게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 옆자리로 새롭게 팀원이 되신 분이 오셨는데 그분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분의 자리는 항상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회사 중요 일정, 마감일 등이 달력에 깔끔하게 적혀 있었다. 자리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을 못하는 사람 일 수가 없는 그런 책상이었다.
그리고 내가 큰 반성을 하게 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날은 갑자기 터진 사건으로 오전부터 피해를 입으신 고객들의 전화가 물밀듯이 쏟아지고 피해 접수를 하러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갑자기 터진 사건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전화와 사람들에 정신이 나간 나는, 정리되지 않은 채 정신없이 받은 서류들을 나중에 정리할 일이 막막하기는 했지만 일단 막상 닥친 신고 접수를 받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며칠이 지나가고 지금까지 받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기어코 문제가 터졌다. 받은 신고서들을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자기가 신고한 내용을 수정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곤 했는데 그러려면 신고서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수백 개의 신고서들 중에서 그분의 신고서를 찾기는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와 같았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채 마구 쌓인 서류를 쳐다보면서 막막해하고 있었는데, 새로 오신 팀원분은 달랐다. 그분은 그런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고객들께 언제 신고접수를 했는지 물어보고 날짜별로 정리된 파일에서 문의를 주신 고객들의 신고서를 비교적 손쉽게 찾아냈다. 같이 정신없이 신고서를 받기 급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에도 그분은 나중을 위해 서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의 차이가 나중에 일의 효율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정리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새로운 옆팀원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많은 서류들을 어떻게 정리하면서 일을 하는지 보니까 적은 양은 클립으로 묶어놓고 또 그것들을 비슷한 부류끼리 고무줄로 묶어서 정리해 놓으시더라. '고무줄로 저렇게 서류를 정리할 수 있구나' 그분을 관찰하면서 서류를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 배운 것들을 따라 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고 윗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사람을 처음에는 질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고쳐먹고 그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고칠 점이 있으면 고치고 따라 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 나도 그 사람처럼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윗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만약 내가 그 사람을 계속 질투하기만 했었다면 이런 성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점을 가진 사람들을 관찰하고 따라 하면서, 그 사람들이 가진 장점을 조금씩 조금씩 내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렇게 '없으면 만들면 된다'
이것이 내 삶의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그것들을 질투하면서 자기 비하에 빠질지,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