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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디 Oct 08. 2020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13TH



우연한 기회로 미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봤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흑인 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Thirteenth Amendment, Section 1: Neither slavery nor involuntary servitude, except as a punishment for crime whereof the party shall have been duly convicted, shall exist within the United States, or any place subject to their jurisdiction.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 공식적으로 노예제를 폐지하고, 비자발적인 예속을 금지한 미국 헌법 수정 조항이다. 증오와 원한의 상처로 얼룩진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결과였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했다. '범죄자는 예외'라는 조항을 통해 좀 더 교묘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말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미국 사회가 헌법의 예외 조항을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흑인에게 범죄자의 굴레를 씌우고, 감옥에 가뒀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인구수는 전 세계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수감자 중 미국인의 비율은 25%에 달한다. 수감자가 늘어날수록 비용 또한 증가하는데, 이런 기형적 구조가 유지되고, 오히려 심화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돈’이다. 노예제는 남부의 ‘경제체제’나 다름없었다. 노예제가 사라지면서 경제 재건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은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흑인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다. 아주 사소한 죄목으로 잡아들이는 방식을 이용해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수감되는 게 아니라 흑인을 더 감옥에 쉽게 오도록 사회 구조를 바꾼 셈이다. 헌법의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정부가 수감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노예제의 역사는 맥락을 계속해왔다. 심지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은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좌파와 흑인들을 감옥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당함은, 감옥 산업에 미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더 심각해진다. 다큐멘터리가 핵심 세력으로 지목한 '알렉(ALEC: 미국입법교류회의)’은 감옥을 짓고 소유하며 관리하는 사설 감옥 회사로, 더 많은 수감자를 만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알렉이 법을 만들어 공화당에게 넘기는 일도 생길 정도로 그들은 깊게 관여했다. 세 차례 범죄를 저지르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거나, 경찰이 불시에 이주민을 검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놀라운 것은 현재 인지도 있고,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많은 기업이 일렉의 오랜 회원들이었다는 점이다. 월마트나 빅토리아 시크릿, 에이티앤티(AT&T) 등등…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내가 찾은 쟁점은 두 개. 


우선 인종차별 문제다. 미국의 경찰 폭력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진 구조적 악습에서 비롯됐다. 범산복합체와 대량 투옥 체제로 경찰에게 폭력을 부여하고 정당화해온 탓이다. 나아가 흑인 차별을 선동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 영역을 타민족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자민족 중심주의가 심화되면서 동양인, 특히 중국인을 필두로 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BLM 운동 이후 동양인 또한 흑인의 차별 대상인데 우리가 왜 운동에 참여해야 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백인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 만큼, 차별 문제는 집단 간 대결 구도가 아닌 전 세계 인권 시장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 흑인 문제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포용하기 위해 우리가 계속해서 수정하고 고쳐나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흑인과 동양인, 인종 차별과 관련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기사..ㅠㅠ 


또 다른 하나는 공공 산업 민영화의 문제다. 수정 헌법 13조가 차별의 근거가 된 바탕에는 ‘감옥 시스템이 민영화’가 있다. 감옥이 이윤을 내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윤을 내기 위해 공공의 윤리나 가치가 무시된 것. 공공의 비효율성이나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공영에서 운영돼야 하는 것들이 민영화되는 게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 좋은 사례가 되는 거 같다. 공기업 민영화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주의 깊게 들여봐야 할 문제 같다.   


무튼,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Black Lives Matter 콘텐츠 중 하나인데,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만한 영상이라 공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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