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시대다. 공유경제란 각자가 소유해서 사용하던 것을 서로 나누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개인은 적은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이 생산, 폐기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모빌리티 공유경제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편리함의 관점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진다. 자동차를 살 돈이 없어도 언제든 ‘쏘카’를 빌릴 수 있고, 보험료나 관리비용 같은 차량 유지비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버’를 부르면 비슷한 목적지를 향하는 다른 승객과 동승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전동 스쿠터 ’라임’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라스트 마일의 공백까지 메워 준다. 신촌역에서 강의동까지 걸어가는 애매한 거리, 택시를 타기엔 아깝고 걸어가기엔 멀어서 고민일 때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다.
즉, 모빌리티 공유경제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공유경제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기존 택시 업계와의 갈등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택시-카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택시 기사들의 잇따른 분신으로 카풀 서비스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호기롭게 등장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국내시장에서 존재감도 피지 못한 채 사업을 접었다. 변화와 발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기존 택시업계는 승차 거부, 난폭운전, 카드 결제 거부 등 질 낮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빼앗겼으며, 국가는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고 추가적인 혁신을 이룰 기회를 놓쳤다. 정부의 힘을 빌려 언제까지 모빌리티 공유경제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현행법 망의 빈틈을 노린 ‘타다’의 인기와 빠른 성장은 또 다른 모빌리티 공유경제의 불가피한 등장을 예고한다.
더 효율적인 패러다임은 계속 등장할 것이고, 신산업과 기존산업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회적 대타협 기구’ 같은 임시방편은 문제를 잠시 미뤄두는 것일 뿐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해결책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나온 스타트업에는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기존산업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상생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세대교체의 과정에서 시장도 활발해지고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전동 킥보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향한 기존 업계의 반발 또한 벌써부터 드세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안전을 위한 제도, 전동 스쿠터 전용 도로, 불완전한 기술 등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은 많지만 그만큼 많은 잠재력을 갖춘 산업이다. 라임 진짜 저렴하고, 편리하고, 재밌거든!
공간 지배력은 힘의 상징이다. 얼마만큼의 공간을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에 따라 권력의 크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과 적절한 수용은 곧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개인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시킨다. 생계의 위협, 제도 미비 등의 이유로 신산업의 유입을 막는 건 경쟁에서 도태를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