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현 우치코
에히메현 여행은 가가와현 다카마츠에서 돌아오는 날부터 시작됐다. 다카마츠에서 마츠야마로 2시간을 들여 공간 이동한 뒤, 마츠야마시 역 앞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우치코로 향했다. 이미 긴 시간을 기차로 이동했고, 늘어날 대로 늘어난 짐을 가지고 온 터여서 체력은 30% 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다.
우치코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3시. 그림자가 길어지며 해가 지려고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하루 종일 하늘이 너무 맑아 셔터만 눌러도 좋은 사진이 나오는 날이었는데, 좋은 시간은 몽땅 기차 안에서 보낸 것이다!! (때는 12월이라 4시 30분이면 해가 졌다.) 우치코는 소도시에서도 한 번 더 들어가야 하는 소위 ‘깡시골’이라, 상점들은 4시부터 문을 닫았다. 마음이 급해 뛸 듯 걸으며 동네를 돌아봤다.
4시쯤 됐을까. 유명 명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그나마 평일이어서인지 상점의 반은 문을 열지도 않았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저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마침 하교 시간과 겹쳐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얼른 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했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1초라도 빨리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에 눈을 대고 셔터를 누를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곤니치와”라는 인사가 계속 들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맨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내게 하는 인사였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낯선 관광객에게 “안녕하세요” 하며 웃고 있었다. 그때까지 동네를 취재하며 초조하게 셔터만 누르고 있던 나는, 어색하게 카메라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향해 “곤니치와~” 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이 웃었다. 동네가 찡하게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카메라가 내려놓고 동네를 돌아봤다. 쨍한 파란 하늘도 예쁘지만, 해가 길게 꼬리를 내리며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도 괜찮았다. 아이들의 하교 행렬은 어느덧 짧아져 있었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에히메현 여행은 이렇게 마음을 툭 놓고 시작했다. 그래야 했다.
* 우치코에 대한 여행 정보는 <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