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부 이네후나야
교토부 이네는 그림과 같은 이네만의 풍경과 전통 가옥 ‘후나야’로 유명하다. 가옥이 유명하다 보니, 도시 이름을 아예 ‘이네후나야’로도 부르기도 한다. 후나야는 바닷가에 지은 목조건물로, 1층은 선박 주차장으로,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쓴다. 이 마을 대부분의 주민은 어업에 종사해 왔고, 관광지가 된 지금도 많은 어부들이 후나야에서 기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후나야는 숙박 업소나 레스토랑, 카페, 박물관 등으로도 사용된다. 생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지은 주택이 지금은 관광 상품이 되어서 또 다른 생계 수단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나는 이네후나야 중심가가 아닌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천천히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차도와 인도도 구분도지 않은 그런 시골길이었다. 그러다 길 한복판에서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을 마주쳤다.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콤비니와 도코데쓰까(편의점이 어디 있니)”
그저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을 뿐이었다. 딱히 뭘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어가 유창하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낯선 현지인 누구에게나 말 붙이기 좋아서 애용하는 문장이다. 그중 가장 큰 아이가 답했다.
“편의점은 없어요. 그런데 뭐 사려고 해요? 가게는 있는데, 조금 걸어가면 있어요.”
아뿔싸! 이네가 소도시에서도 1시간이나 더 들어간 시골이라 편의점이 없었던 거다. 나는 왠지 모르게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일본에도 편의점이 없는 도시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런데 어라? 그때부터 아이들이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나를 데려다주는 건가?’
의심이 들었지만, 외길이라 가는 길이 겹칠 수 있었고 적극적으로 나를 안내하는 것 같지도 않았기에, 나는 약간 애매하게 아이들을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얼마나 갔을까. 멀찍이 앞장 서던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나를 향해 외쳤다.
“바로 이 가게예요! 마실 걸 살 거면 여기 자판기를 이용하시고요!”
그때까지 아이들은 낯선 관광객을 편의점을 대체할 만한 가게로 안내하고 있었던 거다. 고마움과 미안함 등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괜히 나 때문에 아이들 시간만 뺏었네.’
스스로를 원망하며, 필요한 건 없었지만, 아이들과 나눠 먹을 과자 몇 봉을 사서 나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사라졌다!
‘기다리라고 말할걸’하고 후회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이들은 아무 데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과자 한 봉지를 뜯어먹으며 동네를 마저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네 전체가 보이는 전망대(휴게소)에 올라가 동영상도 찍어 보고, 관람이 가능한 후나야도 들어가 봤으며, 바닷가 카페에도 앉아서 차도 마셨다. 이네는 작지만 예쁜 동네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차가 끊기기 전 아마노하시다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으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길에서 내가 그렇게 찾던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해 과자 봉지를 흔들며 외쳤다.
“얘들아! 과자 먹자!”
“와아~”
아이들이 나와 과자를 보고 뛰어왔다.
이네의 아이들은 소박하고 다정한 이네를 닮아 있었다.
* 이네후나야에 대한 여행 정보는 <지금은, 일본 소도시 여행>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