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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Sep 03. 2021

시험관 아기 도전!

임신 준비 관련 글을 올리지 않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지난 인공수정 2차 시도 때 약과 주사를 써도 난포가 자라지 않아서 울적해하는 내용을 썼었는데, 그 이후 병원에 가도 계속 난포가 자라기는커녕 다시 작아지기까지 해서 과배란 과정을 중단했다. 인공수정 중단이 결정된 날 그렇게 큰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다. 이전까지 과배란은 무리 없이 됐었는데... 선생님 처방이 조금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잘 안되나 보다, 나랑 인공수정은 잘 안 맞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생리를 유도하는 약을 처방해주셨고 생리를 시작하면 다시 와서 시험관을 시작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조금 지치기도 하고, 약 범벅이 된 것 같은 내 몸도 걱정되어서 한 달은 쉬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피임약까지 한 달 분을 처방받고 병원을 나왔다. 


한 달 쉬면서 코로나 백신도 맞고 심신을 안정시켜야지~ 했는데, 백신 예약을 깜빡했다! 예약일 자정에서야 생각나서 부랴부랴 접속하니, 앞선 일정들은 다 꽉 차있었다. 바보, 바보 하면서 혼자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원래 계획과 일정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이렇게 내 계획이 어그러진 게 너무나 화가 났다!! 혼자 분에 못 이겨하다가 이렇게 된 바에야 백신 맞기 전에 한 번 시도를 해보는 걸로 하자고 생각했다.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가장 늦은 일정으로 백신을 예약했다. 


9월, 10월에는 그 전과 달리 고정된 중요 일정들이 있어서 자유롭게 반차나 연차를 쓰지는 못하는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특히 난자 채취는 오전에만 진행하던데, 중요한 일정들이 다 오전이어서 오전 반차를 쓸 수 없다니.... 일정이 정말 절묘하게 나와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인공수정을 건너뛰고, 아니면 1차 중단이 되었을 때 바로 시험관을 했더라면 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하면서 소용없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생리 유도를 위해 프로베라를 먹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중간에 허리가 조금 아팠지만, 일상생활에 무리가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로베라 10알을 다 먹고도 바로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3일 후에 시작됐었는데.... 혹시 자연임신이 된 건 아닌가 기대하게 됐다. 그치만 6일째에 시작됨^^. 월요일에 반차를 쓰고 병원에 갔다. 


월요일 오후라서 조금 한산하려나 했는데 거의 주말만큼 북적거렸다!! 겨우 초음파를 보고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초음파상 난소에 물혹도 없고 깨끗하다고 하셔서 안심이 됐다. 늘 맞던 주사를 용량 2배씩 주셨고 채혈과 심전도 검사, 가슴 엑스레이도 찍고 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교육실에서 시험관에 대해 설명도 듣고 가라고 하셨다. 복잡하다 복잡해... 아무튼 중간에 순서는 헷갈렸지만 하라고 하신 모든 것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간 다음날부터 주사를 맞았다. 늘 맞던 폴리트롭인데 용량만 2배인 150이었다. 첫째 날에는 회사에서 바쁘게 일해서 그런 건지 주사의 영향은 별로 못 느꼈다. 문제는 둘째 날부터였다. 입맛이 전혀 없었다. 배가 고픈 것은 알겠는데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뭔가 해서 차려먹고자 하는 의지도 없어서 겸사겸사 추어탕을 포장해와서 먹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점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와서 퇴근하고 바로 누워서 잠들어 버렸다. 남편이 와서 깨어났고 함께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몸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자 주사가 무서워졌다. 무서워하면서 맞아서 그런지 셋째 날에는 더 심하게 아팠다. 오전부터 몸살 기운이 있는 것처럼 오한이 들고 머릿속 압력이 높아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으로 두통이 심했다. 몸이 아파서 그런 건지 갑자기 서럽고 우울해 눈물이 마구 났다. 호르몬 때문에 감정이 널뛰나 보다ㅠㅠ하면서 엉엉 울었다. 재택근무여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출근했으면 조금 더 긴장 상태로 정신 차리고 있어서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겨우 퇴근 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웠다. 어제처럼 바로 잠들지도 못하고 띵띵 울리는 머리로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아까 먹은 타이레놀이 빨리 듣기를 바라면서 커피도 타마셨다. 겨우 잠들었다 일어나서 남편이 사 온 저녁을 먹고 기운이 조금 났다. 먹을 거를 너무 조금 먹어서 더 아파진 걸까, 내일부터는 입맛이 없더라도 밥을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고용량의 주사여서 이전의 과배란 시도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몸에도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다. 늘 바라지만, 제발 이번 시술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임산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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