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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Sep 09. 2021

난자 채취까지 열심히

역시 일단 회사에 가면 아픈 것이 덜하다. 


완전 쓰러질 것 같은 중병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내 몸이 아닌 다른 곳에 신경을 쏟고 어딘가에 열중하는 것이 몸의 통증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지난 2일 동안 몸이 많이 해롱거렸는데, 출근을 하니 그래도 살만한 컨디션이었다. 


토요일에 난포가 잘 자랐는지 확인하러 병원에 갔다. 지난 두 사이클에서 계속 난포가 자라지 않아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지 초음파를 기다리면서 조금 떨렸다. 이제는 굴욕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굴욕의자에 누워서 초음파 화면을 살펴보니 오랜만에 조금 큰 난포들이 보였다. 난포가 잘 자라지 않았을 때에는 초음파 선생님께서 늘 생리주기가 어떤지 물어보셨는데, 오늘은 별말씀 안 하시는 것을 보니 다행이었다.  안도하면서 초음파실을 나와서 진료실로 갔다. 


선생님께서 약에 반응하여 난포가 10개 이상 자라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음 병원 방문 일정은 수요일이 됐다. 야호!! 아침 진료를 보면 되니까 연차를 안 써도 돼서 너무 신났다. 이번에는 조기 배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오가루트란이라는 주사가 1개 추가되었는데, 주사실 선생님께서 폴리트롭보다는 주사 바늘도 굵고 아프거나 간지러울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셨다. 긴장하면서 맞았는데 맞는 순간에는 전혀 안 아파서 의기양양했는데, 주사실을 나서자 주사 맞은 부분이 뻐근하고 아팠다. 걷기도 어려울 정도여서 잠시 의자에서 쉬었다 갔다. 






오가루트란은 정말 주삿바늘이 조금 커서 찌를 때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주사실 선생님께서 그렇다고 뽑아서 다른 데를 찔러보면 주삿바늘이 뭉툭해져서 더 안 들어간다고 하셔서 늘 마음을 단단히 먹고 푹 찔러 넣고 맞았다. 맞으면서 멍이 드는 일은 없었는데 첫날처럼 늘 맞고 나서 뻐근함이 오래갔다. 아침에 주사 맞고 침대에서 십 분 정도 쉬는 게 루틴이 됐다. 그리고 주사에 적응이 되었는지 머리 아픈 증상도 하나도 없었다. 천만다행!!!  


4일 후 아침 진료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초음파를 보니 정말 큰 난포들이 많이 있었다. 조금 징그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원래 배를 눌러야 겨우 보이던 왼쪽 난소는 난포들이 크면서 같이 커진 건지 오늘은 수월하게 잘 보였다. 역시 그냥 과배란을 시도할 때보다 확연히 크고 많이 자라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선생님께서 배 안 아팠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하나도 안 아팠는데, 지금 난소가 많이 자극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그래서 배가 아픈 경우도 많고 복수가 찰 수도 있다고 하셨다. 채취는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야호 야호!!! 연차를 안 써도 된다니 너무 기쁘다!! 그런데 난소가 너무 자극받아 있어서 이번에 바로 신선 이식을 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하셨다.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일단 난자 채취까지 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간호사 선생님께 난자 채취 관련해서 주사와 약, 주의사항을 설명 들었다. 시간을 맞춰 꼭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어서 왠지 긴장됐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채취 잘하라고 응원해주셨다! '아 채취할 때는 우리 진료실 간호사 선생님은 뵐 수가 없나 보다' 생각하니 괜히 아쉬웠다. 큰일이 일어나는 날인데 익숙하고 친절한 선생님이 진행해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고...... 병원 다니는 동안 늘 친절하고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회사에 다니는 나를 배려해서 일정도 알아서 잘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드는 선생님이다. 


너무 좋은 선생님이지만, 이제 곧 보지 않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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