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시험관 시술 날짜가 다가왔다. 연휴 마지막 날이어서 기다리면서 좋은 음식도 먹고 맘도 편하게 룰루랄라 쉬면서 기다렸다. 괜히 시술하고 나서는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집안일들을 미리미리 해두었다.
당일 오후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들은 병원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남편은 근처 카페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됐다. 지난번 난자 채취를 한 곳과 같은 곳에서 진행했는데, 별도로 피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한다든지 하는 절차는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해주시는 시술 관련 안내들을 듣고 누워서 대기하다가 침대째로 시술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이다! 병원에서 침대째로 이동하는 경험!
시술을 기다릴 때부터 난자 채취보다 더 긴장이 됐다. 왜냐하면 난자 채취는 수면마취를 하니까 사실상 의식과 감각이 있는 나는 그 경험을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시험관은 아무 처치 없이 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하니 너무 긴장될 것 같았다.
시술실에 가자 선생님께서 내 배아를 보여주셨다. 두 개처럼 보이지만 껍질을 까고 나온 것이라 하나라고 하셨고, 바로 착상할 준비가 된 녀석이라 상태가 최고라고 하셨다! 야호!! 그러고 나서 나는 다리를 벌린 자세로 누운 채로 덮고 있던 이불로 뒤덮이게 되었다. 고정을 위한 기구가 설치되고 뭔가 긴 기구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는 간호사 선생님이 계속 누르시면서 초음파를 하고 계셨다. 화장실을 2시간 동안 안 가긴 했는데 물을 너무 안 먹었는지 참았다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혹시 이것 때문에 길이 잘 안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후기들을 보면 다들 시험관 시술은 했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끝난다고 했는데 나는 도통 진행되지 않았다.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 기구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생 살들을 찔렀다. 생경한 느낌에 너무 아프고 두려웠다. 선생님께서는 중간중간에 턱이 많아서 조금 불편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계속해서 안 쪽으로 진입하고자 시도하셨다. 그때부터 갑자기 내 다리가 필라테스 할 때처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수의근처럼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긴장하셨냐고 물어보시며 내 오른쪽 다리를 꽉 잡아주셨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당황하신 것 같았다. 나는 너무 창피하고 어이가 없고 아프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다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주자 유리창 건너편에 계시던 분이 나오셔서 나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배아를 이식하겠다는 선언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는 후딱 끝내주셨다. 내가 아파해서 그런지 모두들 후다닥! 종료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많이 아팠을 것 같다고, 피가 비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해주시고 나는 다시 침대 째로 이동되었다.
침대에 커튼을 쳐주셔서 혼자 있게 되자 눈물이 줄줄 났다. 그때까지도 너무 아픈 느낌이 생생했다. 지난번 폴립 제거 수술을 했을 때처럼 자궁 안이 뭔가 다 헤집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파해서 신중하게 좋은 자리에 이식하지 못하고
호다닥 끝마쳐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크게 들었다.
이걸 또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고.
혼자서 질질 짜면서 누워있다가 안내를 받고 나왔다. 착상에 좋다는 링겔을 추가로 주지는 않으셨다. 우리 병원은 참 간결하고 뭘 더 해주시지는 않는 것 같다....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최소 처방이 내 몸에는 좋겠지 하며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남편을 만나자 또 눈물이 나서 줄줄 울면서 집으로 왔다. 와서는 한 잠 푹 자고 준비해놓은 샤브샤브를 왕창 먹었다. 내가 시험관 시술을 했다니, 내 배 안에 배아가 들어갔다니..... 하나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 피검사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