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은 채 흘러간 시간이 거의 2달이 되어 간다. 벌써부터 조금 후회가 된다... 나중에 임신했을 때, 주차별로 어땠는지 아무 기억이 안 나게 되면 조금 아쉬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별 일이 없어서 더욱더 기록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굵직한 일들만 기록해보자.
1. 코로나
23주 차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함께 와장창 감염된 것 같다. 열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간이 검사를 했지만 이틀 정도는 음성으로 나와 단순한 몸살인 줄로 알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에 한 검사에서 정말 희미한 양성이 나왔다. 남편도 함께 pcr검사를 받았고, 둘 다 양성으로 판정되어 함께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감염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혼자 분노에 가득 찼다. 새로운 팀에 간 나에게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가르쳐주고 시키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매일 출근을 하게 만든 새로운 팀에, 이를 방치한 내 이전 팀인 인사팀에, 그냥 모두에게 화가 났다. 임신한 근로자를 이렇게 방치하다가 기어이 코로나에 감염되게 하다니!!!! 혼자 속으로 울부짖었다. 나의 걱정스러운 맘을 알고 있었는지 뱃속의 아이는 활발히 태동을 보여주어서 나를 안심시켜줬다. 만약 더 이르게 감염되어 태동을 느낄 수 없었다면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을 것 같다. 그나마 끊이지 않는 태동으로 안심하면서 화도 누그러질 수 있었다. 결국에는 만삭이거나 분만실에 들어갈 때 감염된 것보다는 낫다고 혼자 위안하면서 지냈다.
비대면 진료를 해주신 내과 선생님은 인터넷에 알려진 임산부에게 처방 가능하다는 기침약도 처방해주시기를 꺼려하셨다. 나도 굳이 의사 선생님이 꺼리는 약을 달라고 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아서 타이레놀만 처방받아 정말 힘들 때에만 먹고 버텼다.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았고, 2~3일 정도 조금 앓다가 지나갔다. 오히려 나보다 남편이 더 힘들어해서 두 명 분의 병수발을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감염 규모가 커진 후 외출을 잘하지 않았지만 잠깐의 동네 산책도 허용되지 않는 격리기간은 아주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무사히 격리 기간을 마치고 회복했다.
2. 휴직의 유혹
격리 기간 동안 다른 팀원들은 재택근무로 계속 일을 했지만, 나는 임산부여서 유급 휴가를 받았다. 사실 팀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하지 않으면 펑크가 나는 일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격리 1주일이 끝나고 나자 회사 전체적으로 필수인원을 제외한 인원은 재택을 실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1주일 반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말이 재택근무이지 코로나에 걸려 회복된 임신한 신규 팀원에게 일을 폭탄처럼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이럴 거면 노트북은 왜 켜놓고 일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우울감만 늘어났고 몸도 더 늘어졌다.
이러느니 출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해서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집에 있는 것보다 활기차고 좋았다. 계획되어있던 교육도 받을 수 있었고, 인수인계도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섣불리 휴직하겠다고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3. 빈혈
격리 해제 1주일 후 검진을 다녀왔다. 선생님께서는 고생 많았다며, 요즘 코로나는 폐에 까지 영향을 주지 않는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고, 아기도 꽤 큰 상태에서 걸렸으니 큰 일 아니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초음파로 오랜만에 확인한 아기는 다행히 더 컸고, 활발히 움직여주어서 고마웠다. 이 날 임신성 당뇨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요즘 단 것이 많이 땡겨서 먹고 있었는데 혹시 당뇨로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며칠 후 병원에서 온 전화로 당뇨는 괜찮으나 빈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철분을 챙겨 먹었는데도 용량이 너무 적은 약을 먹었는지 빈혈 수치가 나와버렸다. 주말에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철분약을 처방받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을 받아서 오히려 스스로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게 고용량의 약을 먹게 되었다....
4. 몸 상태
전반적으로 임신기간 동안 몸이 크게 아프거나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매번 병원에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봐주시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조금 민망할 정도로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만 배가 점점 무거워지고 커지면서는 배가 빨리 차고, 숨이 차고, 손이나 다리가 붓는 일들은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