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따라잡기 (1)
지난 2023년 6월 22일, 국내 언론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LG전자,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에 ‘LG 시그니처’ 후원
‘LG 시그니처’는 LG전자가 생산하는 가전제품 중 프리미엄 라인에 해당한다. 그와 발레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전자회사에서 발레 공연에 제품을 후원하고 별도 전시존까지 만들었을까.
기업가치가 문화를 만나 협업하는 마케팅 방법인 ‘문화마케팅’을 소개한다.
문화마케팅은 발레와 같은 예술은 물론, 스포츠, 음악, 영화 등 문화 장르와 협업해 펼치는 마케팅을 말한다. 최근엔 매우 흔해져서 축구를 활용한 스포츠마케팅이나 음악공연에서 기업 전시부스를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다.
이처럼 기업이 문화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해당 문화 상품의 고객층이 내 고객층과 일치하고, 해당 문화가 우리 회사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가장 잘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리미엄 문화를 플랫폼으로 이용할 경우엔 내 제품 또한 ‘이처럼 고급문화를 즐기는 도구나 브랜드’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다.
사실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TV와 발레는 아무 관련이 없다. TV를 모티브로 한 비디오아트가 아니고서야, TV를 예술과 바로 연관시키기에는 오히려 무리까지 있어 보인다.
이는 TV와 발레의 교차점, 즉 ‘고객이 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없어진다. 하이엔드 TV와 하이엔드 문화인 발레를 즐기는 고객은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라이프를 즐길 가능성이 높다. 그 ‘하이엔드 라이프’의 상징이 ‘발레’인 것이다. 따라서, 고급문화인 발레를 관람하러 올 때 우리 회사 제품을 전시함으로써 그들의 삶에 우리 회사 제품이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즉, 이들의 프리미엄 라이프에 우리 회사 제품이 어울리거나 한층 더 격을 올려줄 만하다고 효과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마케팅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아무리 문화의 ‘고급’ 이미지를 가져오고 싶다고 할지라도 제품과 해당 문화가 아무런 연결점이 없다면 설득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문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 ‘내 고유영역에서까지 상업제품 광고를 봐야하나’ 하는 반감까지 받기 마련이다.
다른 마케팅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처럼 타 플랫폼을 이용한 ‘연계’ 마케팅에선 제품과 해당 플랫폼의 공통점을 찾는 게 한층 더 중요하다.
앞서 발레 공연과 TV는 충분히 그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발레 공연을 ‘보는’ 경험이다.
TV는 문화는 물론이고 세상을 보는 ‘채널’이자 도구다. 발레를 보기 위해서는 공연장을 찾을 수도 있지만, 집에서도 TV로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공연장에서 별도 전시존을 두어 발레의 현장감과 미학을 집에서도 간편하고 더욱 탁월하게 관람할 수 있다고 시연이나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기술을 통해 해당 문화를 소화해내고 소비자의 ‘경험’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즉, 발레 관객들의 공연을 ‘보는’ 경험을 공연장에서 TV’로 한층 업그레이드해 옮겨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별다른 브랜드 접접 없이 제품만 홍보하면 인지도 상승에 그치는 광고가 되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제품과 해당 공연의 연계점을 파악해 소비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케팅에서 최고의 단계는 소비자에게 내 제품을 알리고, 그 제품을 좋아하게 하는 인지와 선호 단계를 넘어선다. 그건 소비자의 삶에 내 제품이 ‘통합’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소비자의 삶에서 내 제품이 일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를 보자. 이 광고에서 애플은 제품의 하드웨어적 특성이나 기기의 우수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아이패드가 자연스레 삶을 돕고 즐기게 하는 ‘소통 도구’가 되는지를 강조한다. 말 그대로 소비자의 ‘삶’ 속에 아이패드가 ‘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분야 사례도 찾아보자. 예를 들어 축구에 TV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발레보다도 쉽다. 아마도 발레보다 훨씬 더 자주 ‘TV’를 통해 축구경기를 ‘보기’ 때문이다.
오래되긴 하지만, 예전 ‘숨겨둔 1인치’를 찾았다고 소구하던 국내 광고가 있었다. 소비자가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 경험이 내 제품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그 더 나은 제품에 호감을 갖게 되고 나아가 ‘열망’하게 된다.
이런 열망 포인트를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냥 손쉽게 산 제품보다 내가 정말 갖고 싶어서 돈을 저축해가며 산 제품은 한층 더 특별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마케팅에서 꼭 주의할 게 있다. 자꾸 내 제품보다는 ‘예술’적인 면만을 강조하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내 제품과 영화와의 교차점을 찾기보다 영화 자체만 띄우거나 홍보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절대 지양해야 한다. 문화마케팅도 마케팅이다. 제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 그 예술행사 자체가 내 마케팅의 목적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해외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필름을 본 적이 있다. 현지 사회공헌 이슈를 활용한 스토리에 높은 퀄리티로 현지 반응도 좋았다. 단, 보자마자 저건 ‘제품 판매에는 큰 효과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인 메시지 좋고, 소구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광고 내용과 제품과는 아무런 연관요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활용한 요소가 사회공헌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사회공헌에 내 제품이 어떻게 기여하거나 함께 하는지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사회공헌의 참여/대상이 되는 소비자의 삶에 내 제품이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 연결요소가 빠져 있었다.
이처럼 마케팅의 출발이자 핵심은 단연 내 제품과 브랜드다. 그걸 알리고 좋아하게 하는 데 문화나 스포츠 등 다른 플랫폼을 활용했을 뿐이다. 그 본말이 전도돼 해당 문화는 빛나지만, 내 제품은 무시되거나 빠지게 되면 그건 실패한 마케팅이다. 예술가의 영역이지, 마케터의 몫은 아닌 것이다.
참고로, LG전자는 발레공연 후원 이외에도 국내외에서 훌륭한 문화마케팅을 해왔다. 짬을 내 LG전자 ‘시그니처 아트갤러리’(www.lgsignatureartgallery.com)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제품과 예술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 그걸 ‘예술적으로’ 소구해내는 방법에 대해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