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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랜덤박스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같은 마케팅?

마케팅 따라잡기 (5)

하나카드가 <랜덤박스>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자사 결제앱인 ‘하나페이’를 통해 1원 결제하면 그 10배인 10원 혹은 그 이상의 선물을 준다. 회당 1원이니, 2번 하면 20원을 받는다. 

퀸, 브루노 마스, 콜드 플레이. 이름만 들어도 걸출한 자타공인 월드스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맞다. 현대카드의 야심찬 슈퍼스타 초청 콘서트인 <슈퍼콘서트>의 역대 공연자들이다.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1원 랜덤박스’와 ‘월드클래스 콘서트’ 사이에 과연 어떤 점이 같을까. 그것은 바로 둘 다 ‘고객의 내 브랜드 체험’을 유도하는 이벤트라는 점이다.      


      

고객 경험, 내 브랜드를 체험하는 고객의 여정      

고객의 브랜드 체험을 유도하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와 하나카드 <랜덤박스> 이벤트. 둘 다 제공하는 '헤택'은 달라도 고객이 직접 서비스를 경험해 보게 하는 '체험마케팅'이다.


어느 브랜드나 소비자 이벤트의 목적은 내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는 것이다. 또한, 이런 홍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 제품을 알고 체험하며 나아가 구매까지 하게 하는 것. 

하나카드와 현대카드의 각기 달라 보이는 이벤트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나카드 랜덤박스의 핵심은 ‘하나카드’를 통한 1원 결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 고객들만 먼저 구매하게 해주거나, ‘현대카드만’ 20% 할인, M포인트 결제 등 (27회 공연 브루노 마스 기준) 등 현대카드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둘 다 특정 혜택으로 자사 카드를 쓰도록 유도한다는 점은 같다. 

왜 이들은 이처럼 ‘혜택’을 내걸어 고객들이 서비스를 써보도록 하는 걸까. 그것은 제품이나 브랜드 체험이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핵심 프로세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소비자가 어떤 단계를 거쳐 제품을 사게 되느냐는 데에는 여러 이론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AIDMA'. 미국 경제학자 롤랜드 홀이 주창한 이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은 글자 순서대로 ‘인식(A, Awareness) - 관심(I, Interest) - 욕망(D, Desire) - 기억 (M, Memory) - 행동 (A, Action)’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구매에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에 비춰보면, 제품 체험은 앞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행동’에 해당돼 꽤 높은 수준의 소비자 연계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원’이든 ‘콘서트’든 소비자는 이런 ‘미끼’ 콘텐츠를 통해 해당 카드의 직접적인 경험으로 건너뛴다. 그 다음 단계는 실제 구매나 실망으로 빠져나가는 단계가 될 터인데, 이 또한 소중한 마케팅 데이터가 될 테니 꽤 의미 있는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이와 똑같은 효과를 광고를 통해 얻으려 하면 상당히 비싸다. 흔히 광고는 단순히 인지만 시키는 노출 수준의 ‘impression’이나,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직접 행동하게 했을 때 광고비를 지불하는 ‘CTA(Call to Action)’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2가지 중에 당연히 그냥 보게만 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서식을 작성하거나 내 웹사이트로 방문하게 하는 ‘행동형’ 광고가 더 비쌀 것은 자명한 이치.    

하나카드는 ‘10배의 보상’을 내걸어 단돈 1원으로 자사 결제 서비스를 경험해보도록 유도했다. 현대카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스타의 콘서트란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자사 카드를 직접 써보고 이용해보도록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하나카드는 단 1원으로 사용 경험을 유도해냈으니 현대카드보다 훨씬 우수한 기법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1원으로 얻어지는 결과값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가져오는 고객경험의 양과 질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하나카드 이벤트로 고객이 얻는 건 10원, 치킨, 콜라, 커피 등 비교적 간편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다. 현대카드로 얻는 건 대략 10~20만 원 사이의 글로벌 스타의 공연 티켓에 대한 20% 할인과 ‘현대카드만’ 먼저 결제해보는 프리미엄 경험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또한, 둘 다 같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도 아니다. 즉, 다른 타깃 집단에 대해 동일한 ‘제품 사용 경험 유도’를 통해 다른 혜택을 주도록 설계한 각기 다른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이런 체험형 이벤트는 모든 브랜드에 적합할 것인가. 이 또한 그렇지는 않다. 제품 분야와 고객 업종에 따라 다른 편이며, 흔히 가격대가 높을수록, B2C보다는 B2B, 고객이 한정될수록 마케팅 관문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게 있다. 바로 전문적으로 혜택만 노리는 ‘체리피커(Cherry picker,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서 경품이나 상품 등 혜택만 노리는 자)’가 그들이다.      


     

‘체험’ 마케팅, 체리피커는 주의 대상      

체리가 참 탐스럽게도 열렸다. '체리피커'들은 이런 탐스러운 체리'만' 탐내는 이벤트의 무임승차 승객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체리피커들은 수많은 브랜드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정보를 ‘꿴다’. 물론 이들 또한 SNS 채널 등이 있어 일정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이벤트 대상이다. 

문제는 정말 딱 ‘혜택만 가져갈’ 때이다. 이럴 때는 마케터가 기획한 ‘홍보’나 ‘브랜드 체험’은 단지 혜택을 가져가기 위한 프로세스에 불과하게 되고, 주어진 혜택이 실질적인 브랜드 기억이나 구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프로모션의 혜택을 맛보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이런 체리피커는 걸러지기 쉽다. 단, 그만큼 일반 소비자의 가담율 또한 적어지기 마련이다. 그 사이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몫.   

내 브랜드를 경험시키는 데 인당 얼마의 돈을 지불할 것인가. 이를 광고료라 본다면, 그로 인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에서 해당 이벤트는 충분히 구매력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2가지가 체험마케팅을 기획할 때 우선 고려할 사항들이다. 실제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 그룹에게 어필이 된다면 일반적인 CTA 광고비용으로 인당 1만원이 들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반면, 참가자 대다수가 체리피커들이라면 단돈 1원도 아깝다. 언제나 그렇듯 마케팅의 대상 선정과 수준 조절은 쉽지 않다. 그 또한 마케터들이 겪어야 할 ‘필수 관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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