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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Jun 30. 2023

100년전 공주 이야기 첫번째, '꽃의 공주'(4)

-발각되어 심판을 받다






 “허!” 정원사가 툴툴거렸다. “탈출했군, 누구든지 간에. 하지만 곧 저 여자의 이름을 알아내게 될 거야. 넌 우리에게 그자가 누군지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들을 불게 될 거고. 음유시인 양반.”      

“결단코 말하지 않을 거요!” 주와이예즈가 외쳤다.      

“허! 두고 보자고 그래.” 정원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이봐, 넌 도망칠 수 없어. 공주님 앞에서 낱낱이 불어야 될 거다. 어떻게 이 시간에 여길 들어와서 류트 연주 따윌 하게 되었는지를 말이지. 따라와!” 

그러더니 훌쩍 다가와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 거인이라도 해도 될 만큼 크고 건장한 사내였다.            

     

 그러자 주와이예즈가 검대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뒤로 물러나라, 정원사여. 내게 손을 대려 하지 마라! 네가 어딜 가든 따라가겠다. 맹세하지. 그러니 그대도 나를 죄인처럼 취급하지 마라.”           

“허! 참으로 용감한 음유시인일세!” 정원사가 비웃었다. 하지만 이방인의 번득이는 두 눈과 강인한 오른팔을 두어 번 훑고는 곧 그 맹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원사는 즉시 궁전 입구까지 죽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통로로 그를 이끌었다. 이제 주와이예즈는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갇혀 공주가 개최하는 의회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의회에서 공주는 구혼자들의 청혼과 백성들의 소망을 들을 예정이었다.      


가엾은 주와이예즈! “행복했던 시간은 이제 끝이구나.” 그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일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추방에서 그치겠지. 무단침입한 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을 거야. 정원을 독차지 하고 싶어 하시니까. 우리가 어떻게 거기서 만났는지 그리고 그 아가씨가 나를 계속 머무르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없어. 그 꽃과 같은 아가씨에게 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 아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그녀가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야 했던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는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아쉬운 듯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원망 하는 마음 따위는 없었다. 그만큼 몹시 사랑했다.            












 오후가 되자 정원사가 감옥 문을 열었다. 대연회장까지 따라오라고 했다. 공주는 그곳에서 보고를 받고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주와이예즈는 혼잣말을 중얼대는 거대한 정원사 뒤에 따라 붙어 하얀 대리석으로 된 복도를 걸어갔다. 마음이 무거웠다. 정원사는 가끔 뒤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주와이예즈가 끔찍한 벌을 받을 거라고 믿는 듯 했다. 마침내 그들은 대 연회장에 도착했다. 바닥에는 초록빛 카펫이 깔려 있었고, 푸른빛이 감도는 천장과 그 가운데 장밋빛 분홍색을 띈 벽이 온 사방을 감싸고 있었다. 멀리 홀이 끝나는 곳에는 황금빛 왕좌가 놓인 연단이 조성되어, 그 위에 플뢰렛 공주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주와이예즈는 감히 눈을 들어 공주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는 정원사를 따라 홀을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 나갔다. 두 사람은 왕좌 가까이 선 신분 높은 사람들 뒤에 가서 섰다. 오늘 막 도착하여 공주에게 청혼하고자 하는 위대한 왕자를 모시는 자들로, 화려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도 위대한 왕자는 자기 이름과 작위를 외치고 있었다. “포트망, 칼라브리아의 왕자이자 은색 깃털의 기사, ‘백 개의 창’함대의 선장!” 귀하신 공주님께 바칠 온갖 휘황찬란한 선물을 안아 든 시종들이 뒤쪽에 포진한 가운데 포트망 왕자는 연단 앞에서 예를 갖춰 인사했다. 보석 상자와 귀한 실크 천 한 무더기에 북방 족제비의 털, 새장 안에서 노래하는 새들과 작은 원숭이들 그리고 먼 곳에서 온 희귀한 동물들까지. 포트망 왕자가 플뢰렛 공주에게 바친 선물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귀한 선물더미에 공주의 영예로운 직속 시녀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지만 주와이예즈는 감히 그의 꽃 아가씨가 하얀 옷을 입은 시녀 무리 가운데 있는지 고개를 들어 볼 수가 없었다. 정원사가 계속해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유심히 살피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알아채는 기색을 드러내는 바람에 배신하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포트망 왕자는 멋진 연설을 통해 자신과 결혼하면 공주가 무엇을 얻게 될지 늘어놓았다. 그 안에는 왕자의 마음과 재산은 물론 공주를 데리고 가서 함께 살길 바라는 바다 너머의 왕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공주는 아주 점잖게 답했는데, 그 목소리가 마치 연회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처럼 들렸다.           


“저는 이 작은 꽃의 왕국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이곳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걸요. 저는 제 심장을 찾는 분 이외의 다른 분과 마음을 나눌 생각이 없습니다. 모든 구혼자들에게 꽃들 중에서 제 심장을 찾도록 하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찾으세요, 그러면 왕자여,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공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주와이예즈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지난 사흘 아침 동안 정원에서 만났던 사랑스러운 꽃 아가씨가 황금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거친 초록색 가운 차림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차려입고 작은 발에는 금빛 신을 신을, 허리에는 금색 띠를 두르고 같은 색 머리띠로 머리칼을 단정히 고정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포트망 왕자를 향한 마지막 말을 마치며 주와이예즈를 흘깃 보았는데, 순간 공주의 두 눈이 반짝였다고 그는 확신했다. 즉시 대담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비록 무단 침입 죄로 끌려온 신세이지만 당당히 청혼하리라! 플뢰렛은 소중한 친구였다. 잃을 수 없었고, 잃지도 않을 것이다. 공주가 세 번이나 왕자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청혼 할 것이다. 다른 왕자들처럼.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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