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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른도로시 Jul 05. 2023

100년 전 공주 이야기 첫 번째, '꽃의 공주'(5)

-불꽃 튀는 결투의 시작






 이윽고 공주가 다시 말을 시작했고, 이번에는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선량한 정원사여, 여기에 있는 자가 누구인가?” 그녀가 살짝 인상을 쓰려 애썼다. 

“무단침입자입니다. 공주님.” 정원사가 쉰 목소리로 대답하며 주와이예즈를 왕좌의 발치로 떠밀었다. 

“아주 역겨울 정도로 이른 아침에 이 무단침입자를 발견했습니다. 아름다운 처녀 하나와 라벤더 꽃밭에 앉아 류트를 연주하고 있더군요. 여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분명 공주님의 영예로운 직속 시녀 중 하나일 겁니다. 그녀 역시 이 질 나쁜 젊은이의 연주를 들은 죄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영예로운 직속 시녀 무리로부터 공포에 찬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토록 이른 시간에 일어날 만한 사람이 대체 누구일지 궁금해했다. 공주가 주와이예즈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그 숙녀의 이름을 말하시오. 그리고 그대는 지은 죄에 걸맞은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주와이예즈가 고개를 들어 공주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공주님, 그 숙녀의 이름을 말하겠지만 공주님 혼자 계실 때 말하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요. 그전에 먼저, 간청하건대, 저의 청혼을 들어주십시오. 왜냐하면 저 또한 구혼자로서 이곳에 왔기 때문입니다.”     

공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정원사가 주와이예즈를 붙잡아 끌고 가려하자 공주가 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방인이 말하도록 두시오. 그가 벌을 받는 게 아니라 왜 구혼자로서 환영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도록 두세요.”그러자 주와이예즈는 왕좌로 향하는 가장 낮은 계단 위에 무릎을 꿇고 공주의 발치에 검과 류트 그리고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작은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아름다운 공주님.”그가 말했다. “저는 얼마 안 되는 선물을 가지고 시종 하나 없이 이곳에 홀로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모든 걸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검으로 당신을 보호하고, 음악으로 기쁨을 드리고, 얼마 안 되는 약초학 지식을 발휘해 아플 때는 치료로 건강하실 땐 그 건강을 지키도록 도우려 합니다. 정원을 겁 없이 침입한 죄를 씻기 위해 해드릴 수 있는 모든 일을 원하실 때마다 해드릴 것입니다. 더욱이 이 세상 어느 왕자 못지않게 진실하고 정직하며 기쁨에 찬 마음을 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훨씬 더 큰 사랑으로 말입니다.”        


포트망 왕자가 분개하며 앞으로 박차고 나왔다. “이 하릴없는 작자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오, 공주님!” 그가 탄식했다. “이 자는 청혼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왕자가 아니라 떠돌이 음유시인에 방랑자일 뿐이지요. 궁궐 문 앞에서 태형으로 다스려야 마땅합니다.”


“예, 태형을 내리셔야 합니다!” 정원사와 다른 이들이 합세했다. 그들은 주와이예즈를 속박하려는 듯 거칠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공주는 몸을 일으키더니 한 발을 들어 쿵쿵 구르며 성난 말투로 침묵을 명했다. 그리고는 주와이예즈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목소리에서 분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왕자가 아니라는 말이 사실인가요?”그녀가 말했다. “포트망 왕자의 말에 그대는 무어라 할 말이 있으신지요?”     

“제가 왕자가 아닙니까?”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가 대답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빼어나신 공주께서 저를 세 번이나 왕자로 부르셨습니다. 음유시인 왕자, 의사 왕자, 잘 가르치는 왕자. 이 말씀들이 저를 진짜 왕자로 만드는 것 아닐까요?”     


그의 거침없는 주장에 홀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플뢰렛 공주는 궁정에서 가장 현명한 자에게 손 짓 했다.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현자는 엉겅퀴의 은빛 씨앗처럼 하얗고 긴 머리칼과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현자이시여, 만약 공주가 이러한 직함들을 내렸다면, 그를 진정한 왕자로 봐야 할까요?” 그녀가 잔뜩 들떠서 말했다.                 


현자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엄숙히 세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주님. 그러한 내용이 참된 기사도의 책에 나온 바 있습니다. 그와 같은 영광을 입었다면 진정한 왕자라 할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포트망 왕자가 소리쳤다. “저는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용감한 왕자라는 칭호로는 불린 적 없지 않습니까. 참된 기사도의 책에서는 그의 공주를 위해서 고귀하게 싸울 수 없는 자는 왕자가 아니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 때가 온다면 기꺼이 싸울 겁니다.” 주와이예즈가 힘주어 말했다. “저는 이 세상 그 어느 왕자 못지않게 검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공주의 두 뺨이 발갛게 상기되어 빛났다. “그가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합시다, 포트망 왕자.”

그녀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거짓으로 판명되면 무단 침입 죄와 헛되이 과시한 죄를 이유로 벌을 내리시고, 여태껏 말한 내용이 참으로 밝혀진다면 그대는 저분을 같은 구혼자로서 존중하십시오. 그러려면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겠지요.”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방랑 모험가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포트망은 수치심을 느꼈다. 부루퉁해 보였고 툴툴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가 보석으로 장식된 검을 뽑아 들자 주와이예즈가 계단 위에 놓여있던 소박하기 그지없는 검을 들어 올렸다. 궁정 사람들이 두 사람 주변을 둥글게 에워쌌다. 곧 결투가 시작되었다. 








(6)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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