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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Jan 01. 2021

나의 형부에게.

낙엽에 실려 온 형부의 온기

이 글을 써 보려고 몇 번을 브런치 창을 열었다 닫았다...결국 못 쓰고 노트북을 덮기를 수차례.

오늘은 정말 써야겠다...굳은 마음으로 써본다.




나의 언니는 미국에 산다.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딸과 고등학교 졸업반을 다니는 연년생 딸 둘과 형부와 함께. 마음 먹으면 한, 두시간 내로 만날 수 있는 곳에 사는 게 아니여서일까. 언니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리움이 줄달음친다.   


보고싶은 마음을 늘 마음에 안고 지내다 작년에는 언니 집에서 한 달여 머물며 먹고 자고. 말 그대로 소소한 일상을 언니와 함께 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조카들과 이 곳 저 곳 다니며 그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를 만끽했다.


말수는 적지만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한 형부는 출근 전 나의 아이들이 건네는 "다녀오세요~ 오후에 만나요~" 하는 인사에 행복해 하는 미소를 보냈고 오랜만에 보는 어린 아이들이 귀여워서일까. 이른 퇴근을 자주 했다.


"꼭 제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인데, 왜 이리 일찍 왔지? 아~ 애들 보고싶어서 왔구나!"


언니는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나도 그런 형부가 어쩐지 좋아서 따라 웃었다.


내가 언니 방에서 잠든 사이, 내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했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 보니 형부가 불고기를 구워 작게 잘라주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


"우와~ 형부! 정말 고마워요!! 너무 맛있겠다~~!"


나는 형부와 오붓하게 밥을 먹고 있는 내 아이들을 보는 것이 좋아서 형부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렇다 저렇다 하나하나 떠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행동으로 나를, 내 아이들을 아껴주고 반가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형부였다.


작년 여름의 그 기억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가슴을 후벼파는 그 슬픔을 더욱 견딜 수 없었겠지...


메세지로, 통화로 일상을 주고 받으며 자매의 삶을 공유하던 7월. 언니가 보낸 메세지에는 짧게 몇 줄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그 짧은 몇 줄이 몇 번을 읽어도 얼른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형부 폐암이래. 폐암 4기. 병원 다니고 있어.'


이게 무슨 말일까? 정말로 한참을 들여다봤다. 형부? 누구? 나의 형부?? 자문하며. 어디선가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난 것 같다.


세 번을 읽었을 즈음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그 날 아침 나는 많이 울었다. 7월의 그 통화 이후로 정신의 반쯤은 어딘가에 내어주고 지냈던 것 같다. 3일쯤 멍하니 지내다 암 병동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이 났고 급하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었다. 친구의 답변으로 나는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언니 역시. 온 가족이 마음을 한 데 모아 그저 낫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허리께에 있던 암세포 제거 수술이 잘 되었다는 소식과 산책을 다닐만큼 나아졌다는 소식에 기뻐한 것도 잠시.

형부는 갑작스레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 단 몇 줄의 글에 다 실을 수 없을만큼 온 가족의 마음이 하늘로 올랐다 땅속까지 곤두박질쳤다. 그게 9월이었다.


10월 12일. 나의 형부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했다.


언니에게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때 바로 미국으로 갔더라면 이만큼 괴롭지는 않았을까?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출국을 서둘렀을 때는 이미...늦었다. 엄마는 본인이 기저질환이 있음에도 미국땅을 밟으려 했다.


"엄마 잘 설득해서 한국에 계시게 해. 만에 하나...엄마까지 잘못 되면 언니 못 살아. 살 수 있는 힘이 하나도 없어."


울면서 엄마를 말렸다. 엄마를 두고 나 혼자 다녀오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말 그대로 코로나가 잡아먹은 2020년 후반이었다.


"언니, 미안해. 가보지도 못하고. 안아주고 싶고, 그저 언니랑 얼굴보고 얘기하고 싶어. 정말 미안해." 평생에 이렇게 운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로 점철된 날들이었다. 괴롭다는 말로도 다 표현이 안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10월 끝자락. 내 정신이 아닌 정신으로 차로 내달리던 출근길.

내 마음도 모른 채 가을 하늘은 청명하기만 했다. 혼잣말로 조용히 빌었다. 정말로 형부가 사라지는 것 같아 꺼내놓지 못했던 그 말을 하늘에 대고 했다.


형부. 잘 가요. 행복하게 편안하게 아프지말고 지내요.


나의 인사에 화답하듯 차 앞유리로 낙엽이 와락 날아왔다. 운전하던 나를 안아주고 싶다는 듯 넓게 펼쳐지며 앞유리에 내려앉았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의 형부가 나에게 보내는 대답인 것 같아서.

핸들에 이마를 대고 한참을 울었다.


그 날 나는 지각을 했다. 하지만 날아와 준 낙엽이 내 마음이 형부에게 가 닿았다고 말해주었다.


다행이다. 형부에게 건네는 인사는 지각이 아니어서.


사랑해요. 고마운 내 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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