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잊으라는 말

이별을 겪은 당신에게 전하는 편지

사람을 사람으로 잊으라는 말. 아직 마음에 들어찬 상대방을 꺼내지 못하는, 오랜 시간 헤어짐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해주는 조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기다려보라 한다. 조금 더 기다리다 보면 다 잊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이유가 있다면 마음속 지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온전한 사랑의 색을 담아낼 수 없을 거라는 일종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직 지워내지 못한 다른 사람 위에 다른 색이 칠해지는 것. 뭐, 후한 인심으로 한번은 그렇다고 쳐도 안타까운 불행으로 이별이 반복될 때마다 다른 색을 계속해서 덧칠해가는 사랑은 검은 사랑이 되어버린다. 종국엔 내가 가진 본연의 색도 검은색으로 변해버려 나 또한 검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왜 사랑하게 됐냐는 질문을 한다면 “다른 사람을 잊기 위해서요”라고 말하는 사랑이 어딜 감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누군가가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상대방이라면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나는 사람을 사람으로 잊으라는 말을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을 더는 나누지 못한다고 해서 이별을 맞은 것이 아니다.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별은 했지만, 아직 진짜 이별하지 못한 상태이다. 상대방의 불운보다는 다행을 빌 수 있을 때, 불행보다는 행복을 빌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짜 이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별을 겪고 다른 사랑을 하려거든 온전한 백색은 아니더라도 백색에 가까운 순백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색이 오염 없이 단번에 섞일 수 있도록. 우리의 결이 오해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