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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표 Mar 21. 2024

Love wins all

My love wins you

#lovewinsall

좋아하는 가수가 신곡을 냈다. 인생 가장 큰 덕목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한동안 이 노래만 무한반복하고 가사 하나하나 음미하게 된다. 나는 노래에 한번 반하면 앨범소개글을 찾아보는데, 그럼 항상 더 빠지게 된다. 이 노래도 앨범소개글이 참 좋았다.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사랑의 온기가 날아가버리더라도 애써서 사랑했고, 사랑하려 애썼던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기에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최종_연락

좋은 이별은 없다지만, 적어도 우린 나쁜 이별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완전히 끝난지(되돌아보니 완전한게 아니었다) 6개월이 지났지만, 그는 자꾸 내 앞을 서성거렸다.

작년 연말, 나에게 별 같잖은 부탁을 한답시고 연락을 한 그와 짧게 근황을 나누었다. 그에겐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고, 나는 의례적으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현여자친구한테는 잘하라는 (쓸데없이 친절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본인 행동들이 많이 미안하댔다. 의미없는 후회의 알맹이들을 우수수 뱉어내는 못난 그였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탓하는 그에게 너는 첫 연애였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며,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현재의 네가 있는거라며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속으론 내가 현여자친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이기적 진심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적어도 나는 전여자친구 앞을 서성거리는 남자친구를 둔 현여자친구는 분명 불행하다는 걸 겪지 않아도 잘 알고있다.


#최종_최종_후회

‘Love wins all’을 듣고 블로그에 사적인 단상을 남겼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거에요?” 댓글이 달렸다. 그였다. 보자마자 ‘얘는 또 왜이러나’ 생각했다.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내 머릿속에서 옅어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또 찾아왔구나 싶었다. 그는 철저히 무시하지 못하는 나의 연약함을 잘 알고있었을 것이다. 내 글이 좋다고 했다. 그러다 그는 돌연 댓글을 삭제하고 도망쳤다. 예측불가한 그의 행동에도 나는 태연함과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 이후에도 또 나의 공간에 기웃거리는 그에게 현여자친구한테 미안해서라도 이러지 말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안함과 미련 같은 것 없는, 단순한 행동이었다는 해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단순함으로 비롯된 그의 행동들은 얽히고 섥혀 복잡해졌는데, 그는 셈은 잘할지라도 생각은 1밖에 못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너 내가 본 사람 중에 젤 착해.” 그래서 꼭 잘 될거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라는 말을 그는 건넸다. 그래, 너는 귀인을 놓친거라며 가볍게 너스레를 떠는 내 앞에서도 어느때보다 무거운 Yes를 답하는 그였다.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항상 소중함을 잃지 말자고 했는데, 그 때 나의 말은 힘이 없었나보다. 말 한마디의 힘보다 직접 지나쳐버린 경험의 흉터가 더 강하고 쓰린 법이다.


#mylovewinsyou

그는 그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꾸준히 각인시켜주곤 했다. 나도 누군가의 X, 첫사랑, 자꾸 기웃거리게 되는 담장, 벨 누르고 튀고싶은 집 뭐 그런… (썩 유쾌하지 않은) 아련한 존재로 남았네.

내 마지막 소식을 행복한 모습으로 기억한다 했으니 이제는 맘속으로만 응원해주길 바라며, 기웃거릴 수도 없게 담장을 높게 쌓아올리고, 벨을 아무리 눌러도 울리지 않도록 고장낼 채비를 한다. 그는 이제 더이상 나의 소식을 보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몇번의 최종을 겪고 이제서야 최종_최종_진짜최종을 맞이하였다. 떠난 사람에 대한 뒤늦은 후회는 아무 힘도 의미도 없기에 더 씁쓸하고 마음 아픈 것이다.


사랑은 결국 모든 걸 이긴다. 내가 과거에 준 사랑의 순간들에 현재의 그는 졌음에 분명하다. 우리 모두 나중에 씁쓸한 패배를 맛보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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