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7년 차 스킬 +1
운명인가 보다. 아니, 어쩜 이럴까. 남편이 드디어 회사원이 되었고, 사업으로 주구 장창 24시간 붙어 있었던 남편이랑 드디어 떨어져 지내보나 했다. 그런데 입사하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코로나가 터졌고 재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남편이 나랑 붙어 있기 시작했다. 문제는 남편이 회사를 간다면 나는 아침에 눈을 반만 뜬 채로 도시락을 후딱 싸서 보내면 그 후는 내가 점심을 대충 찌끄려 먹어도 되는 일상이었지만, 재택으로 온종일 함께 있는 이상 점심, 저녁 두 끼는 평일 매일 꼬박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간에 간식도 3시쯤 먹는다. 이게 참 말이야 간단하지 참말로 어렵다.
성격이 좋아 좀 나가 사 먹고 시켜 먹고 하면 좋겠건만, 성격이 예민한지 속이 예민한지 만족스럽게 맛있는 것도 감자튀김뿐이고 팁을 주며 내 몸이 나빠지는 느낌이라 미국에서 평일은 거의 집밥이다. 물론 외식비가 너무 비싸 집밥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7년째 머리에 가득 차 있어서 이기도 하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매일 두 끼 집밥 전쟁에 스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주 식단에 떡볶이, 아보카도 김밥, 샌드위치는 꼭 넣어서 나의 정신 건강을 돕기로 했다. 원래 아보카도 싫어한다. 느끼한 게 맛이 없었다. 아주 크고 둥그렇게 박혀 있는 씨를 빼기도 귀찮고 미끄덩한 느낌도 싫었다. 그런데 밥 하기 귀찮은데 아보카도 김밥이 어찌나 만들기 간단한지 너무 예뻐 보이기 시작하더니 맛까지 좋은 것처럼 느껴지며 홀라당 빠져버렸다.
몸에도 좋다 하는데 금상첨화지 모. 병원 가기 어려운미국에서 아프면 안 되니까. 좋아하는 고추냉이 듬뿍 섞은 간장에 쿡 찍어서 먹고 나면 또 배가 고파지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후딱 만들 수 있는 아보카도 김밥이 아주 예쁘다.
그렇게 남편의 재택은 지금까지 쭉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행복하다. 진짜로. 그렇지?
퐁퐁퐁 샘솟는 일상 생각 꾸러미 by Saai
illustration by Aide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