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심
동심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안다. 간혹 그저 우리가 택한 이 길을 부러워만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고 힘든 상황도 둘이 풀어보려는 심부부 성격상 굳이 주변에 힘든 것을 말하지 않는 탓이 컷을 것이다.
달기만 한 삶은 없다. 모든 일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듯이, 다른 이들처럼 많이 고민했고, 망설였고 치열하게 살기도 했다. 회사 다닐 때 12시까지 야근하는 것에 투정을 부렸던 나인데, 사업을 하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힘들지 않았고 불평하지 않았다. 다들 하고 있는 생활이기에 굳이 말한 적이 없다. 다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니까.
우리는 의류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불확실성과 변수에 대한 맷집이 대단히 생겨 있었다. 좋게 포장한 표현이지만 이 말은 즉 수입이 들쭉날쭉 했다는 것이고 옷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터졌다는 말이다.
제작한 옷을 팔기 위해 여러 지역 백화점을 돌며 팝업행사를 진행했었다. 어느 날은 최고 매출을 찍고 어느 날은 2개만 팔고 하다 보면 매출이 높던 적던 불확실성에 대한 감정이 단순화되며 요동 치지 않는 현상이 생긴다.
또 변수가 생기는 초반에는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다가 계속 문제를 마주 하다 보면 또 살아내려고 방법을 찾게 된다. 그렇게 찾은 방법은 일단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해결에 집중하게 된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지만 그것 또한 자연스럽게 여기다 보면 결과적으로 하나하나 해결은 되더라. 계절이 지나버리면 옷을 팔 시기를 놓쳐 버리기에 이미 터진 문제를 탓만 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게 장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불확실성과 매일 터지는 변수에 슈퍼 맷집이 생겼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돈과 슈퍼 맷집을 모으고, 남편은 바쁘게 일하면서도 그가 행복한 그림 그리는 일, 강사일을 꾸준히 해왔다. 그렇게 꾸준히 해왔던 일이 바탕이 되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치열함 속에서 또 다른 준비가 없었다면 새로운 기회도 잡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매력을 느끼는 점이다. 남편은 주어진 삶을 참 열심히 산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에 만족하기보다는 매일 노력한다. 내가 안주하며 살다가도 남편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남편과 결혼한 이유도 사소하지만 귀한 가치 한 가지에서 비롯 됐다. ‘이 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고기를 사주겠구나’라는 그의 삶의 책임감에 대한 무한 신뢰였다. 아주 단순했다. 11년 동안 그와 살아보니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고 중요한 가치였다.
잘 버리려면 뚜렷한 목적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동심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가 잘한 일은 가지고 있던 것, 유지했던 것을 잘 버려 버리고 심플하게 정리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단순한 꿈을 가지고, 뭐든 일단 시작하는 추진력이 있는 내가 쏘아 올릴 준비를 해놓은 로켓을 함께 발사시켰고, 남편이 안정적으로 조정하고 있고, 나는 그 외 이런저런 일들을 쭉 담당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단순하다. 환경을 통째로 바꾸지 않는 이상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단, 하고 있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한다.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심부부이지만 다행히 이것 한 가지는 닮은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을 수월하게 결정했던 것 같다.
당연히 이것이 달기만 한 인생은 아니기에 쓰디쓴 일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환경에 놓였으니 새로운 기회와 이야기들이 생길 것이고 또 다른 우리만의 팝업 같은 인생 이야기를 기록해 나갈 것이다.
퐁퐁퐁 샘솟는 일상 생각 꾸러미 by Saai
illustration by Aide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