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소음이 너무 많을 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잡다한 소리보다 하나의 집중된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에. 그러고 보면 소셜미디어는 가끔 너무 잡음이 많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잡음이란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일상들을 너무 많이 디테일하게 포장해서 볼 수 있는 창구라는 의미이다.
내 포스팅만 해도 그렇다. 일상의 사진 중 아주 예쁘게 나 같지 않게 나온 사진을 골라 심혈을 기울여 보정을 하고 내 나름의 최상의 포장을 해서 포스팅을 한다. 마치 내가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느껴야 할 이미지를 강요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쓸데없이 찾아오는 어찌 보면 철학적인 허탈함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반년 간 중단했다.
그렇게 적어도 내 손바닥 컴퓨터로 할 일이 하나는 줄었다. 은행, 쇼핑, 장보기, 글, 그림, 메모, 서류, 유튜브 등등 모든 걸 이 조그마한 핸드폰으로 다 할 수 있는 세상이니 얼마나 편하고, 얼마나 복잡하고 빠르고 속 시끄러운 세상인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또 한해를 지내고 나면 또 문득 포장한 내 기억을 저장해놓고 싶은 때가 오겠지. 어쩌다 보니 사진 보정은 필수가 된 현실이 슬프다.
설상가상, 페이스 아이디로 인내심도 바닥이 되었다. 이제는 비밀 번호를 누르는 시간 또한 필요하지 않은 이 빠른 시대에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아바타인지 진짜 내가 누군지 자꾸 망각한다.
퐁퐁퐁 샘솟는 일상 생각 꾸러미 by Sa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