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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부부 Saai Mar 15. 2024

23. 미국 취업비자 H1-B 이직  

동부에서 번쩍 서부에서 번쩍 이직 이야기, 플로리다에서 캘리로

2022년 이직 기록


 오죽하면 로또라 불리는 운이 전부인 미국 취업 비자

H1-B. 앞서 다루었듯 심은 그 로또에 덜컥 당첨이 돼버렸다. 평소에 5천 원 로또만 당첨되어 봤던 그가 일생을 바꿀 취업비자에 뽑히다니. 그 말은 즉 우리의 미국 생활이 길어진 다는 것이고 다양한 선택지들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오랜 시간 꿈꿔왔던 것은 이직이었다. 비자 때문에 이직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게 어려웠기에 마치 주술을 걸듯 꿈을 아주 자주자주 꿔왔었다.


 꿈을 꾸다 보면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하루를 움직이게 하는 비타민 같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꿈꾸는 것이 취미가 돼 갈 때쯤 운 좋게 H1-B를 받았고 1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 무렵 심은 꿈을 실행에 옮겨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경력 3년으로 보면 주니어 애니메이터였지만 심은 그 3년을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하루하루 성장에 몰두했기에 시니어 포지션도 함께 지원했었다. 사실 회사들의 수준이 각각 다르기에 미드 급 실력이 될 수 있겠지만 보통 회사들이 미드 포지션 애니메이터를 채용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심은 바늘구멍 같은 미국 이직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애니메이터 경력 없는 졸업생 일 때에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봐 줄 회사가 필요했었다. 하지만 3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로 경력을 쌓은 지금은 그의 실력을 알아봐 주고 애니메이팅 스타일이 잘 맞는 게임, 분위기가 맞는 팀과 연이 닿길 바랐다. 그렇게 심은 15군데 정도를 선별해서 지원하고 무기한 기다렸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면 Sorry 가 들어간 기계식 거절 이메일이 자비 없이 와있었지만 아예 그 어떤 이메일조차 보내주지 않은 회사도 있었다. 또 어떤  회사는 공고가 올라와있어 지원을 했는데 1주 뒤 확인해 보니 공고가 없어져있었다. ‘다른 사람이 뽑혔구나.’ 하며 너무 늦게 지원한 것일지 모를 아쉬움만 품은 채 끝이 났다.


 결론적으로 15군데 중에 5개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 60개의 회사에 지원했었고 6군데 정도에서만 답장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긍정적인 결과였다. 최종 연락받은 5개의 회사 중 2개 회사와는 1차 전화 인터뷰까지만 진행했고, 1개는 전화 인터뷰 다음 단계인 2차 영상 대면 인터뷰까지 진행되었다. 그리고 두 개의 회사와 최종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최종 인터뷰까지 진행한 곳 중 한 곳은 유명한 게임회사 B사였다. 지원한 지 3주가량 지났을 무렵 이메일로 HR에게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었다. 그는 준비한 내용을 달달 외워 전화 인터뷰를 했고, 전화 인터뷰가 끝이 난 바로 직후 이메일로 다음 단계 진행을 위한 애니메이팅 테스트 요청을 받게 되었다. 지원했던 애니메이션 릴에서 보여주는 애니메이팅 실력이 본인의 실력이 맞다는 것을 검증해 줄 테스트이다.


 그렇게 2주간 테스트를 해서 무사히 제출하고 일주일 뒤 리쿠르터로부터 심이 테스트한 작업을 팀이 마음에 들어 한다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11일 뒤 최종 팀 실무 면접까지 하게 되었다. 총 2시간의 인터뷰로 진행되었고 1시간 인터뷰 후 15분 쉬는 시간을 갖고 또 1시간이 진행되었다. 주로 리드, 시니어 애니메이터, 아트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된 팀원 8명과 면접을 진행했다고 한다.

 

 심이 면접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아파트 오피스에 있었다. 집에 같이 있으면 심이 말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나도 소리 날까 염려되어 자연스레 우리끼리 정해진 규칙이었다. 그렇게 포옹 격하게 해 주며 행운을 잔뜩 빌어주고 조용히 나갔다가, 인터뷰가 끝났다는 문자를 받으면 난 집으로 돌아와 폭풍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집 문을 연 순간 보이는 녹초가 된 심의 얼굴을 보면 결과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상세한 설명을 미주알고주알 듣고 싶은 나이기에 한숨 돌리고 묻기 시작했다. “심, 고생했어. 면접 어땠어?”


 “심, 결과는 좋지 않을 것 같아. 첫 1시간 인터뷰 때 4명 중 리드급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너무 긴장을 해서 말을 버벅 됐어. 그리고 15분 휴식하고 두 번째 면접 때는 당장 붙었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말을 편하게 잘했어” 한다.


 “좋은 면접 연습이었네 심! ^^”


 그렇게 B사와는 연이 닿지 않았지만 제대로 면접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지원서를 낸 지 4개월이 지났고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구나 생각하며 마음 정리를 했다. 많은 나의 기록들에 있었던 글귀처럼, 정말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국 생활인 것에 희망을 걸어보며 5월을 맞이했다.




 그런데 5월 중순이 다 되어 1월에 지원했던 R사의 시니어 애니메이터 포지션 공고 담당 리쿠르터가 전화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보내왔다. 정말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국이구나. 심지어 지원하고 1주 뒤 공고가 없어져서 다른 사람을 이미 뽑았구나 하며 아쉬워했던 공고였다. 그런데 4개월이 훌쩍 지나 연락이 오다니. 심 부부 심장이 쫄깃쫄깃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그의 면접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전화 인터뷰를 5월 말쯤 진행했고, 인터뷰가 끝난 그날 당일 애니메이션 데스트를 받았다. 18일에 걸쳐 애니메이션 테스트를 끝마치고 리쿠르터에게 전달했다. 테스트를 보내고 3일 뒤 최종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었다. 날짜를 심이  정할 수 있었기에 6일 뒤로 최종 인터뷰를 잡았고 심은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퇴근 후 매일매일 인터뷰를 준비했다.


 6일 뒤 총 1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30분 동안 5명의 팀원 그리고 또 30분 동안 다른 5명의 팀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B사에서 2시간의 면접을 진행한 터라 1시간 인터뷰가 짧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래서 좋은 경험이던 힘든 경험이던 겪어봐야 거기서 얻은 걸 어떻게, 어디서든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올해 마지막이 될 최종 면접이 무사히 끝났고, 얼마 되지 않아 레퍼런스 요청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나는 이메일을 보며 ‘심이 다행히 면접을 잘 끝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물론 면접 경험 해보려고 기대 없이 지원하기 시작한 이직 경험이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심에게 달콤한 보상까지 주어진다면 설령 본인이 안 가기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큰 심적 자산과 힘이 될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내심 바라던 아주 감사하고 꿀맛 같은 경험을 정말 하게 된 심을 보고 있자니 그를 향한 존경스러움이 또 한 번 스멀스멀 피어났다.


 레퍼런스 체크란 동료 5명에게 링크를 보내 동료들이 심에 대한 레퍼런스를 회사에 직접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료들에게 레퍼런스를 받아 그 과정을 1주일 안에 끝마쳤다. 다시 한번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심은 2일 후 리쿠르터와 연봉 관련 통화를 하게 되었고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한 오퍼를 받게 되었다.


 오퍼를 받고 5일 정도 심사숙고 한 뒤 카운터 오퍼를 보내 연봉 조정을 요청했고, 6일 후 심이 한 카운터 오퍼 연봉으로 최종 오퍼를 받았다. 최종 오퍼에 사인을 하고 백그라운드 체크를 마치며 6개월 간의 심의 이직의 여정이 끝이 났다.


 끝이지만 끝이 아닌 것이, 비자 문제와 현 회사의 프로젝트를 고려해 이직 일자를 정해야 했고, 타주 이사도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시작되었다. 우선 심의 H1-B와 나의 H4 비자를 이직할 회사가 다시 신청해서 받아야 했고, 그 후 현 회사와 퇴사일 조율을 해야 했다. 그렇게 또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7월 초에 받은 오퍼이지만 입사를 4개월 뒤에 하게 되었다.


 현재 회사 프로젝트를 책임감 있게 마치고 가기 위해 이직할 회사에 시작일 지연을 요청했고, 흔쾌히 이해하며 기다려준 회사에게 감사했다. 그렇게 심은 고마운 현 회사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감사인사를 하고 이직을 했다. 이제 우리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플로리다가 아닌 서핑이 떠오르는 날씨 천국이라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길목에 서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험난한 동부-> 서부 미국 타주 이사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심부부의 등산을 하듯 한 봉우리씩 넘어가는 미국 생활 과정을 기록한 이 기록들이 앞으로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할지 모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직 기록을 마칩니다. :)



                 달콤 살벌 심부부 미국 유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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