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콩알이 다다다닥 지붕을 때리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당을 이리저리 뛰며 비설거지를 하는데 어딘가에서 닭울음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소리나는 곳을 금방 찾았다.
며칠 전 병아리를 부화 시킨 검은암탉이 앞뜰 단풍나무 아래 몸을 움츠리고 있다. 암탉 날갯죽지에 병아리들이 들어있다. 가느다란 병아리 발이 어미닭 몸통 아래로 보인다.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은 쏟아지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꿈쩍도 안한다. 굼뜬 병아리들을 챙기느라 미처 닭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가 꼬리를 만지는데도 어미닭은 똥그란 눈알만 휘번덕거린다.
어미와 병아리를 닭장 안에 무사히 넣어주었다.
어미닭이 안심하고 젖은 깃털을 턴다. 겁 먹은 눈빛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는 동안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들이 먹을 걸 달라며 어미 곁을 뱅뱅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