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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May 21. 2024

와인의 도시 멘도사 한류를 느끼다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코로도바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던 우린 아르헨티나 다음 도시인 멘도사로 향하게 되었다. 칠레 아타카마에서 만난 단비와는 살타와 코로도바를 거쳐 멘도사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 사이 다미와 수언이 떠나갔다. 함께 동행한 지 벌써 보름이 훨씬 넘어가고 있었다. 단 둘이 다니는 건 처음이라 뭔가 약간 어색했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에 타자마자 우린 골아떨어지게 되었다.


코르도바에서 멘도사까지는 버스로 약 7시간 정도 걸렸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동도 수월한 편이었다. 오전에 버스를 타서 멘도사에 도착하니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숙소로 이동하는데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이동하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번화가로 나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첫날은 그렇게 일찍 잠에 들었다.


우리가 멘도사를 들린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은 바로 와이너리 투어였다. 사실 난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소주와 맥주 이외에는 마셔본 술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와인은 멘도사에서 처음으로 마셔보게 되었다. 그것도 와이러니 투어를 하면서 말이다.




숙소에서 간단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얼어나 조식을 간단히 먹고 와이너리 투어를 하러 갔다. 가는 방법은 터미널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투어를 할 수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로컬 버스는 처음 타 보는 우리였기에 어떻게 타는지 방법조차 몰랐다. 알고 보니 버스 카드를 사서 충전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말이 안 통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도통 알아듣질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버스 카드를 구입 및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나왔지만 이미 오전 시간이 다 흘러 버렸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우린 서둘러 투어 하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자전거가 엄청 많았다.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완전 시골 같은 곳이었다. 황량한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투어를 한다고...? 의아했지만 조금 걸어가니 숙소에서 추천해 준 자전거 샵이 있었다. 와이너리 투어를 하는 방법은 우선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면서 중간중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샵에 들린다. 그리고 시음할 와인 종을 선택하고 엠빠나다와 함께 먹을 수 있다. 엠빠나다는 남미식 만두 같은 건데 겉은 바삭하게 튀겨졌고 속엔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는 간식이다. 남미에서 꽤 자주 먹었고 맛있는 음식 중 하나였다.


자전거를 빌린 우린 햇볕이 쨍쨍이는 땡볕을 달렸다. 날씨는 더웠지만 엄청 화창해서 기분은 좋았다. 자전거 샵에서 준 지도를 보고 와인샵을 찾아갔다. 투어라고 해도 누가 가이드를 해 주진 않았다. 그냥 지도를 보고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완전히 자유로웠다. 지도에는 와인공장, 포도밭,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레스토랑, 휴게소 등 보기 좋게 표시되어 있어서 찾아가기 어렵지 않았다.


와인의 맛을 알게 됐다


첫 번째로 들린 레스토랑에는 와인 1종과 엠빠나다 4개 혹은 와인 4종과 엠빠나다 1개 이렇게 팔았다. 난 배가 너무 고파 와인 1종과 엠빠나다 4개를 시켰고, 단비는 와인 4종과 엠빠나다 1개를 시켜 나눠 먹고 마셨다. 생각보다 와인 종에 따라 맛이 다 달라서 조금 신기했다. 처음에는 떫어서 별로 맛이 없었는데 종류에 따라 입맛에 맞는 와인도 있었다.


길이 정말 예뻤다.


와인 레스토랑을 추가로 한 곳을 더 방문한 다음 우리는 와인공장을 가려했다. 그런데 길을 살짝 헤매서 엉뚱한 곳으로 와버리게 되었는데 그곳은 맥주를 파는 휴게소였다. 거기서 길을 물었더니 공장 투어를 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아서 좀 있다가 가는 게 좋다고 말해줬다. 다행히 직원이 영어를 잘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시간 동안 맥주 마시면서 그늘에서 쉬기로 했다.


정말 큰 포도밭




한 시간 후 와인공장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공장은 생각보다 엄~청 컸다. 그리고 공장 앞에는 엄~청 넓은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그냥 들어가서 포도를 따 먹어도 괜찮다고 해서 먹어 보았다. 그냥 포도였다 ㅋㅋ


직접 따 먹을 수 있다.


직접 두 눈으로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게 꽤 신기했다. 과정이 복잡해 보였다.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는데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여 있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보고 입으로만 마셨다.


와이너리 투어를 끝내고 나니 몸이 녹초가 되었다. 그리고 약간 취기가 올라 얼굴이 빨갰는데 이게 취해서 빨게 진 건지 아니면 햇볕에 탄 건지 잘 모를 정도였다. 투어를 마치고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 와인 향이 가득했다. 그리고 우리처럼 반쯤 취한 사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웃겼던 기억이 난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간단하게 햄버거로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침대에 뒹굴 거리는데 밖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다. 누가 밤에 음악을 크게 틀어 놓냐며 구시렁거렸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디선가 익숙한 음과 가사였다. 알고 보니 한국 K팝 노래였던 것이다. 오잉?? 뭐지?? 하고 밖을 나가 보니 젊은 10대 20대 청년들이 공터에 삼삼오오 오며 노래를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단비가 찍어 준 사진 ㅋ


사람들이 그들을 막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 속에 단비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댄스 그룹인데 댄스 경연 대회를 자기들끼리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K팝으로만 댄스를 추는 팀이 있었다. 그래서 신기해서 막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나고 그들이 나와 단비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아마도 동양인이라서 한국인이 아닌가? 하고 왔던 것 같다.


그들은 나와 단비를 위해 자체 공연을 보여주는 등 정말 신나게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멋있었다. 뭔가.... 청춘 같아 보였다. 한류가 이 먼 나라 아르헨티나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신기하고 나름 뿌듯했다. 그들은 마치 우릴 연예인 보듯 봤다. 쪼금 부담스러웠는데 나쁘지 않았다. 우리가 뭐라고 같이 사진을 찍자며 줄을 섰다ㅋㅋㅋㅋ 그리고 단체로 사진도 찍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르헨티나 댄스팀 친구들과


그렇게 멘도사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단비는 버스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게 되었다. 난 그날 저녁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는 바릴로체로 향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었다.


이제 진짜 여행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난 아르헨티나 남쪽 끝으로 계속 내려갈 예정이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이 기나긴 여행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 끝에 난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렵고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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