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기검진마다 통과해야 할 검사는 왜이렇게 많은지...
임신과정이 나에게는 하나의 시험 과정 같았다.
어쩌면 임신이라는 것은 시험보다도 더 힘들고 긴 것 같다.
처음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아기집을 확인하자더니, 그 다음 진료에서는 난황이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난황이 뭔지, 아기집이 생겼는데 난황이 안생기는 경우도 있는지 한참을 폭풍 리서치 했다. 인터넷에는, 맘카페에는 왜 이렇게 수많은 난황을 찾기 어려웠다는 사례가 많은지.
한주를 꼬박 걱정하고 지내다가 무사히 그 다음 진료에서 난황을 잘 확인했는데, 그 다음에는 기형아 검사를 한다고 했다. 아이가 어디가 아플 확률이 높다고 낳지 않을 것도 아니고 혹시나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좋은 생각만 하면서 버틸게 분명한데도 그 기형아 검사 결과가 모두 '저위험군'이라는 결과지를 받을 때 까지 나는 안심하지 못했다. 안심하지 못한 것만이 아니라 임신의 기쁨을 미처 다 만끽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젊은 엄마가 아니어서, 또는 걱정이 너무 많은 엄마여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유가 이 두려운 마음의 8할 이상일 것이다.
기형아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 나니, 그 다음에는 신경관 결손 검사가 있었다. 피를 뽑고, 일주일을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저위험군'이라는 결과를 듣고 나니, 이번에는 자궁경부길이를 잰다고 했고, 그 다음에는 정밀초음파 검사가 있고, 그걸 또 지난 다음에는 임당검사가 있다고 했다.
신경관 결손 검사를 하고 난 뒤에 또 폭풍검색을 했더니 산모 나이가 많을 수록 위험하다는 둥, 신경관 결손 검사에서 고위험군 결과를 받고 추가 검사를 한다는 등의 내용만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자궁경부 길이를 재고 났더니 자궁경부길이가 짧으면 맥도날드 수술을 해야 하고, 내내 누워만 있어야 하고, 조산 위험이 있다는 글들, 그리고 수술을 했다는 후기들만 눈에 보였다. 정밀 초음파 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세상에나... 이번에는 자라고 있는 아기의 몸의 혈관, 장기들이 모두 제대로 있는지 확인한다고 하니, 또 두려운 마음이 가득이다.
결국 이제까지 오고 보니, 3-4주만에 한 번 씩 병원에 가는 날은 매번 무슨 검사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러니까 거의 매달 한 번씩 나와 아기가 건강한지, 정상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 모든 검사가 지속적인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쯤 되니 매 번 병원에 갈 때 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덜덜 떠는 게 결국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좋을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안하고 걱정이 될 수록 아기도 불안한 마음일텐데, 엄마가 너무 겁이 많고 걱정이 많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엄마들은 병원도 씩씩하게 가고, 매번 하는 검사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잘 해낼텐데. 다들 하는 검사인데 나만 걱정이 너무나 많은 것이 아닐까.
산모가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는 건 단순히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만 보고, 아기와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내 무지가 이 두려움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 글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도, 또 나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산모에게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아기는 생각보다 강하고 튼튼하니 오늘 우리는 또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자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