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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Jan 02. 2024

33주 차: 첫 태동검사와 환도 고통


33주가 되고 처음으로 태동 검사를 받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임신 기간 내내 큰 이벤트가 없었던 탓에 태동 검사는 늘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만약에 그 시간에 차차가 잠만 자고 있으면 어쩌지? 차차의 태동이 너무 약하다거나 너무 세다고 하면 어쩌지? 차차가 내 오른쪽 갈비뼈를 확연하게 많이 차는데, 뭔가 불편한 건 아닐까? 아무래도 좀 센 거 같은데 이래도 되나? 여러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고 병원에 도착해서 태동 검사실에 들어가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눕듯이 앉았다. 잠시 후, 내 배엔 아기의 심박을 재는 심박기가 둘러지고 그 위로 태동을 재는 기계도 벨트로 둘러졌다. 간호사 선생님께선 내게 기다란 버튼을 하나 쥐어주시고 태동이 느껴질 때마다 누르라고 하셨다.


태동 검사를 받던 시간에 안타깝게도 차차는 잠을 자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태아를 깨워야겠다며 내 배에 무언가를 대고 버튼을 누르셨다. 마치 범죄자를 잡을 때 쓰는 테이저건처럼 생긴 기계였다. 양수에 진동을 주는 기계라며, 산모와 태아에게 전혀 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1차 깨우기를 하고 5분이 지나도 차차는 여전히 꿀잠 중이었고, 2차로 차차를 깨웠다. 이번에는 배 한가운데와 오른쪽, 왼쪽 골고루 진동기를 대셨다. 그 모습이 뭔가 웃겨서 내가 웃었고, 드디어 차차는 잠에서 깼다. 그리곤 여기저기 뻥뻥 차기 시작했다. 따스하면서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태동검사실에서 나도 모르게 멍 때리고 있다가 차차의 발길질에 갈비뼈를 걷어차이고 윽 소리를 내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면 삐- 하고 작은 소리가 나는데, 태동 검사실에 있는 다른 산모들의 버튼 누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대부분 일정한 여유를 두고 삐-, 삐- 하고 누르는데 반면 나는 삐삐삐삐 삑 여러 번 누르고 좀 쉬고, 또 갑자기 삐삐삐 누르곤 했다. 이게 산모의 성향인지 태아의 움직임인지 잘 구분이 안 갔다. 아무튼 두 번의 깨움 덕분에 차차는 열심히 움직였고, 태동 검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태동 검사 후 소견을 들으러 진료실로 가자, 의사 선생님께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태동이 세기나 위치, 빈도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며 움직일 때의 아이의 심박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모니터로 보여주신 차차의 심박 그래프는 잠을 자던 초반엔 다소 낮다가 깬 후 높아지는 모양을 보였다. 다행히 아주 정상 범위의 심박이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초음파까지 간략하게 보고 선생님께 최근 환도 고통이 너무 심한 것에 대해서 말하자 별 다른 방도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출산하면 나아진다며, 그렇다고 환도 통증 때문에 아이를 빨리 출산하는 것은 비추천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담당 선생님의 지금까지 조언을 돌아보았을 때, 유도분만과 수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경험이 풍부하신 의사 선생님이신데, 위급할 땐 빠른 판단으로 수술로 잘해주시겠지.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가지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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