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막달을 달리며 컨디션이 최악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렸는데 하필이면 임산부에게 쓸 수 있는 항생제인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에 내가 알러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콧물과 두통, 인후통까지 정신없이 여러 증상에 시달리며 꼬박 일주일을 성실하게 앓고, 정신이 맑아진 주말 남편과 화려한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조선 팰리스 호텔 뷔페에 갔다. 원래 연말에 먹기로 했었으나, 예약이 밀려 1월에 간신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일찌감치 예약을 했기 때문이었는지 창가 쪽 한적한 곳으로 자리가 안내되었고 화려한 뷔페를 보며 없던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스테이크 류부터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까지 한가득 퍼와서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너무 맛있었다. 모든 섹션에 부족함이 없었고 직원분들도 매우 친절하셔서 전혀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배불리 먹어 안 그래도 큰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마지막 디저트 섹션에 갔을 때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소리를 냈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로 치장한 온갖 디저트들이 한가득이었다. 딸기 마카롱, 딸기 케이크, 딸기 파이 등등 눈을 못 떼고 딸기들을 쳐다보자 남편이 옆에 와서 접시 하나를 거들어주며 조금씩 디저트들을 담았다. 내 임신 동안 차차를 키운 음식을 꼽자면 1. 딸기 2. 두부 3. 햄버거 일만큼 딸기를 열심히 먹었다. 평생 먹을 딸기 총량보다 요즘 먹은 딸기가 더 많다던 남편은 딸기가 물린다며 손을 대지도 않았다.
차차가 태어나고 나면 이렇게 오붓하게 근사한 식사도 하고, 좋아하는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이런 행동들에 이제 제약이 생기겠지. 생각하면 아쉽긴 참 아쉽다. 그렇치만 시간은 흐를 거고 차차도 어느 정도 자라면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다가 차차와 맛있는 딸기 디저트를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행복해졌다. 임신 초반에도 결심했듯이, 우리가 함께 먹고 겪을 여러 경험들이 다 차차의 처음이 되어줄 테니, 더욱더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체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