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물가
"제주도 물가가 엄청 비싸다던데?"
"생활비 감당할 수 있겠어?"
3년 전, 내가 제주도민이 되겠다 했을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한 걱정이 바로 '물가'였다. '안 비싼 게 없더라.'부터 '눈 뜨고 코 베어 간다.'까지 마치 '누가 더 제주도에서 손해 봤나.' 내기라도 하듯 앞다퉈 경험담을 쏟아냈다. 그들의 엄포에 서울 촌년이었던 나는 잔뜩 겁을 먹었고, '짠순이'가 되겠노라 각오를 다지며 제주도에 입성했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들의 말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정답부터 알려주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첫 번째로 휘발유, 경유와 같이 일명 '기름값'이라 불리는 녀석들은 분명 서울보다 비싸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가 필수인 제주도에선 주유비가 당연히 생활비를 올리는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경차'가 유독 많은 제주도, 이제 그 이유를 알겠는가! 두 번째는 택배비다. 무엇을 주문하든 주소가 제주도면 택배비는 기본 3,000원 이상 추가로 붙는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을 즐기는가? 그렇다면, 제주도민이 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봐라. 모든 택배를 '느림보 배송'으로 그것도 비싸게 받게 될 테니.
하지만, 나는 '주유비'와 '택배비'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도 즐기지 않기 때문. 이렇게 무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가스비'. 제주도에는 '도시가스'가 없다. (* 현재 일부 지역 공사 진행 중) 그래서 가정에선 대부분 LPG를 쓰는데, 이 LPG 가격이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그걸 전혀 몰랐던 나는 이사 온 첫 달, 서울 아파트에서 지낼 때처럼 난방했다가 그야말로 '가스비 폭탄'을 맞았다. 딱 일주일 사용하고 18만 원을 냈으니... 그나마 한 달 동안 쓰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당장 보일러를 끄고 옷을 두껍게 입었다. 그래서 지금도 겨울이 오면 난 '가스비'부터 걱정된다.
그렇다고 모든 물가가 비싼 것은 아니다. 물론, 채소나 과일, 생필품 하나하나 비교하면 '뭐는 비싸다', '뭐는 싸다' 설왕설래하기 쉽지만, 내가 살아본 결과 서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니, 오히려 더 쌀 때가 많다. 귤, 한라봉, 천혜향, 무, 당근과 같은 과일, 채소는 제주도의 대표 작물 아닌가! 이렇게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것은 확실히 서울보다 쌀 때가 많다. 놀라지 마시라. 서울에서 800원~1,000원 하는 '삼다수'도 제주도에선 300원~400원이란 사실! (* 편의점은 제외)
식당이나 카페도 마찬가지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 근처나 바닷가 근처는 당연히 음식값도 커피값도 비싸다. 하지만, 서울도 똑같지 않은가! 전망 좋고,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임대료가 비싸니 음식값도 비쌀 수밖에. 그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어디에나 해당되는 사항이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골목 안쪽 식당은 저렴한 곳도 많기 때문. 한 가지 예로 내가 다니는 '보리밥 집'은 5가지 나물에 8가지 반찬, 청국장과 제육볶음이 보너스로 딸려 나온다. 거기에 달걀프라이는 덤! 이곳의 가격은 1인분에 8천 원이다. 설마, 이것도 비싼가? 그렇다면, 순대국밥도 있다. 5천 원짜리! (* 장소는 비밀 ^^)
물론, 가스비나 주유비 같이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비싸면, '물가가 전체적으로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제주도'라면 조금은 억울하지 않겠는가! 무조건 '비싸다.'고 몰아붙이기엔 분명, 서울보다 싼 것도 있으니 말이다.
이젠 정확하게 알아두자!
제주도도 '비싼 건 비싸고, 싼 건 싸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