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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May 25. 2021

관광지와 숲, 그 사이

<숨도 &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제주 숨도
<제주 숨도 - 입구 /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제주 숨도 - 카페>
<제주 숨도 - 정원 /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석부작 박물관이라 불리던 숨도를 찾았다.


숲은 좋아하지만 길이 험한 건 싫고, 자연은 좋아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건 싫어하는 엄마. 그런 까다로운 엄마에게 딱 맞는 관광지였다. 나무로 깔린 길, 돌이 박힌 길, 흙으로 다져진 길이 걷는 지루함을 덜어주었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댕유지(당유자)는 '이곳이 제주다.'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그뿐이랴. 형형색색의 꽃들은 가는 곳마다 피어있고, 이름 모를 나무들은 그 꽃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봄날은 없었다. 가장 특이했던 건,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카페'.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이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너무 작은 카페의 크기, 그에 비해 많은 사람들로 인해 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엄마와 나의 선택은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숨도의 맨 꼭대기, 전망대로 향했다. 하늘을 등지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먹는 커피의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 맛을 본 엄마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맛에 제주도에 산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 숲길 /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 오름 팻말>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 정상에서 본 한라산>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 연못>


산을 오르는 건지, 숲을 거니는 건지 애매한 그 어딘가에 놓인 오름


그래서 엄마와 난 오름을 좋아한다. 3~4시간 산을 타기엔 체력이 되지 않고, 평지만 걷기엔 지루하기 때문. 오름은 우리처럼 이도 저도 좋아하지 않는, 애매한 사람들에게 참 적합한 자연의 선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은 더없이 좋은 최고의 오름. 계단이 많은 오름, 가파른 오름, 길이 험한 오름과 비교하면 이곳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천천히 거닐고, 천천히 오르며,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더 놀라운 건, 유모차나 휠체어를 끌고 다니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 바로 옆에 있는 사려니 숲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유명한 '사려니 숲'보다 덜 유명해 조용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이 더 좋다. 장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걷는 맛, 보는 맛 그리고 행복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엄마도 이곳이 참 좋았나 보다. 이렇게 훗날을 기약하는 걸 보니 말이다.


"우리 다음엔 간식 싸 와서 더 오래 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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