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적 Jul 14. 2022

작가로부터 온 초대

작가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란,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다. 대신 가벼운 엉덩이를 어떻게 해서든 의자에 붙여두려는 끈질긴 사람이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주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세계 최고 딴짓하기 대마왕은 작가들이 아닐까 싶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딴짓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때문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글을 쓰고, 마감이라는 압박을 이겨내고 어떻게 서든 글을 매듭짓는 책임감 넘치는 사람, 그들이 바로 작가다.



작가는 대부분 이야기꾼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수십 통의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우리는 이미 작가인 셈이다. 문자든 메일이든 자기 생각과 상황을 활자를 이용하여 상대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인데, 작가의 글과 다를 것이 무엇이랴? 우리 주위에는 이미 많은 작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핸드폰이나 다이어리에 자신의 일정을 정리하는 사람들, 순간순간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는 사람들, 일기를 쓰는 사람들, 까먹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작가의 기본 소양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병원 생활을 했던 나는 늘 책과 함께였는데, 그 덕에 학교를 나가지 않고도 국어시험을 잘 봤던 기억이 있다. 책을 가까이하던 순간들은 점차 지나가고 핸드폰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한동안 책과 접점이 없던 나는 대안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됐다. 그런데 이 글쓰기 수업은 이제까지 내가 들었던 수업과는 아주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원래 글쓰기를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다. 글쓰기 숙제에서는 늘 숙제를 내준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은 좋지 않은 글이었다. 적어도 내가 사는 세계에서 글쓰기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안학교에서 들었던 글쓰기 수업은 내 생각을 완전히 깨트렸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웬 레고 블록을 우리에게 나눠주시며 원하는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어 보라고 사셨다. 글쓰기 시간에 웬 블록일까 하는 의문을 품으며 모형을 완성했다. 블록 쌓기를 완성하니 선생님께서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셨다. 여기에 본인이 만든 모형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설명글을 써보라고 하셨다. 만드는 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남이 이 모형을 그대로 만들 수 있도록 글로 설명하려니 막막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내 블록 모형의 설명글을 완성했다. 친구들과 교환하여 각자가 쓴 설명글을 토대로 블록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설명만으로는 모형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렇게 글쓰기 수업 첫 시간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문자로 매일 소통하는 우리가 글로 무언가 설명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 그 순간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내 의사와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가피어났다고나 할까?



이후 좋은 기회를 통해 책을 써보게 되었다. 정식 출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그들을 나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나의 초대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니 나는 더 많은 사람을 내 세계로 초대하고 싶어졌다. 내 세계에 초대된 이들 중에는 나처럼 자신의 세계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 이들이 있다. 그렇게 나의 초대는 또 다른 초대를 낳았고, 또 다른 작가가 그렇게 탄생했다. 이처럼 초대의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자신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며 작가의 범위는 넓어졌다. 그렇게 등장한 수많은 작가들은 현실에서 지친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초대에 응답하여 작가의 세계와 작품을 통해 마음에 위안을 얻고 스스로 힐링하며, 더 나아가 치유를 받는다. 나 또한 수많은 작가들의 세계에 초대되어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내가 모르던 세계를 발견하기도 하고, 마음의 치유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새로운 나를 발견해 나갔다.



이야기 안에서 새롭게 발견한 나는 데굴데굴 굴러갈 수도 있고, 뱅글뱅글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게 '원'인 줄 알았던 내가 사실 '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둥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원래 알고 있던 나와 새로운 나 둘 다 나라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에 수많은 작가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있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내 세계의 문을 열었다. 뒤죽박죽 물음표가 가득하던 머릿속에  다른 물음표를 더하기도 하고, 느낌표를 붙이기도 하고,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게 되었다.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스스로가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도누 것도 결국은 글쓰기였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나의 글을 통해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의 세계를 펼쳐가는 수다쟁이, 작가로 살아간다.




+ 햇살지 5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dDLIbjJWSG/?igshid=YmMyMTA2M2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