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에서 운영하는 그림책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당시 이사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이들 학교 적응은 막막하고 머리에는 먼지만큼 작은 종양도 있다고 하고, 다리는 접질려서 다리보호대 끼고, 도움 줄 사람도 없어, 절뚝거리면서 아이 데리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지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다가 수술 후유증에 가끔 팔이 저려서 수술자국 위로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겨우 잠들다 잠에서 깨면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그렇게 나의 심연은 다시 내 방문을 두드렸다.
어두컴컴하고 괴이한 모습의 그것은 '반갑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기꺼이 나의 온몸을 부여잡고, 다시 어두컴컴한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간다.
나의 어둠은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은 것의 단계까지 가서야 끝이 난다.
그 가늘고 얇은 선 하나를 두고 줄타기를 하다, 기적처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때 졸업장 같은 그림책을 선물을 받았는데, 그전 까지는 그림책은 동경의 대상 혹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책에 머물러 있었다.
선생님이 주신 그림책에는 내가 선생님과 치료를 하는 모든 과정들이 담겨 있다.
잊지 말라고, 다시 어둠 속으로 길을 잃더라도
기억해 내고 돌아오라고 말이다.
이것이 나를 그림책학교로 이끌었다.
그림책학교에서는 다양한 그림책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구성하는 것부터 그림책의 종류, 작가님의 의도까지 말이다.
이런 것들은 내가 그림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활동하는 작가님을 만나 이야기 듣는 수업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들은 미디어를 통한 것뿐이었는데, 실제로 활동하는 살아 숨 쉬는 존재를 눈앞에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다.
같은 땅에 존재하는 사람이긴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멋진 톤의 목소리로 작가님의 대표작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고, 그림책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알려주셨다.
작가님의 이야기 뒤에, 과제를 내주셨는데, 좋아하는 그림책 장면묘사와, 그림책 한 장면 상상해서 그려보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의 느낌을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나머지 과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상상하는 그림책 한 장면이라니,
어려워서 머리가 굳은 것만 같았다.
'포기할까?'
라고 생각했을 때, 친정부모님 집에 일이 있어 가게 되었는데, 작은 아이가 친정부모님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엄마를 생각했다면서 꺾어온 자줏빛의 서양클로버 꽃을 내미는 게 아닌가?
나는 아이의 엄마를 생각하는 고운 마음에 마음에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떠올랐다.
그림책의 한 장면이 되었으면 하는 장면이 말이다.
나는 아이가 준 서양클로버를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과제를 모두 제출했다.
클로버풍선
내 생각보다 좋은 조언을 들었던 시간이 되었다.
그 뒤로 그림책을 보고 좋았던 장면이 있으면 그려보고, 이야기를 쓰고, 장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클로버 풍선을 타고 떠올라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