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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Dec 02. 2022

재벌집 막내 아들, 그리고 선량한 차별주의자

특권은 당신도 누리고 있다

송중기의 위대함

송중기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 배우이기도 하다. 송중기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와 관계 없이 출연만으로 관람 여부를 결정짓는 티켓 파워가 실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배우다. 부인은 송중기가 나오는 드라마를 챙겨본다. 얼마 전 시작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도 당연히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초반부와 일부 회차가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나는 부인에게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요약본을 보고 재밌는 회차로 바로 넘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송중기 얼굴은 요약본으로 볼 수 없잖아."


그렇게 내 의견은 요약당했다.


진도준이 인식하는 특권과 서민영이 인식하는 특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보는 드라마이다 보니 나도 일부 장면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꽤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진도준(송중기 님)은 서울대학교 입학 후 서민영(신현빈 님)을 명문가 자제 모임에 데려가고, 이에 당황한 민영은 , 명문회의 사교 모임은 우정이 아니라 특권을 나누는 자리이며, 그런 특권은 누려본 적도 기대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이같은 말에 도준은, 잘나가는 법조계 집안 출신으로 부모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맘편히 공부할 수 있었던 민영 역시 특권을 누려왔다고 반박했다.


민영은 자신이 특권을 누린 적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특권이란, 재벌가에 태어나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부를 누리며 법과 원칙을 어겨도 처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삶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한국사회 구성원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다. 하지만 도준의 말처럼 민영이 누린, 그런대로 유복하고 안정적인 가정환경도 특권이다.


나는 특권층이 아닌가

민영이 누린 것들은 비단 법조계 집안 정도 되어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 역시 별 이슈가 없는 가정에 태어나 무난하게 학창 시절을 지낼 수 있었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특권을 누린 것이다.


장애인으로 태어나지 않았고,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 없었고, 외모나 피부색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지 않았다면 당신은 특권을 누린 것이다. 단과 학원에 등록해 영어나 수학 과목을 한 달에 50만원씩 주고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것을 제공받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특권을 누린 것이다. 아이를 직접 낳을 필요가 없어 경력 단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특권을 누린 것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변에 떳떳하게 공개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특권을 누린 것이다. 전쟁이 없고 일상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다면 특권을 누린 것이다.


한국인 대다수는 자신 정도면 착하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자신은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누려왔고 앞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채, 타인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하다며 함부로 비난하고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고 하면, 월급 300만원을 받는 사람은 400만원 받는 사람부터 걷자고 한다. 400만원 받는 사람은 500만원 받는 사람부터 걷자고 한다. 한국인들의 머릿속 특권층은 바로 내 위에 있는 사람들까지만이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 아들만 특권층이 아니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건 특권층이 될 수 있으며, 타인을 차별할 수 있다. 좀더 자신의 입장과 특권을 성찰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래야 나와 내 가족, 나의 소중한 사람들 모두 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 글에 담긴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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