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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Jan 12. 2023

내성적인 나, 괜찮은 사람인가요?

나는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인간이다. 사석에서 말이 적은 편이고 친구도 별로 없다. 교사 생활 10년차인 지금도 MBTI테스트를 하면 내향성 I가 60% 찍힌다. 전체회식을 하면,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주거니받거니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처음 배정받은 자리만 지키며 배를 채우는데 집중한다. 나는 내성적인 내 성격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벼운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하니 말실수가 적고, 믿을 수 없는 타인에게 내 정보를 쉽게 주지 않기 때문에 약점 잡힐 일도 딱히 없다. 말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한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하기에 그 시간을 좀더 알차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다.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기에 굳이 술을 마시거나 어떻게든 약속을 잡아 나갈 필요가 없고, 책을 읽거나, 헬스장을 가거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주말마다 약속으로 꽉 차 있는 사람보다 나는 혼자 있는 이 순간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만 그렇다고 혼자 있는 모든 순간에 쉬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쉴 때는 쉬고 멍도 때리고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고민만 하다 30분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말을 적게 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보면서 지적 수준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다. 내성적인 사람이 어떤 순간에 곤란함을 느끼고 낯선 공간, 낯선 집단에서 어떻게 당황하게 되는지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학생들을 대할 때도 뭔가 좀더 접근이 용이한 부분이 있다. 약간의 오만이지만, 개인적으로 오로지 인싸로 살아온 사람보다는 나 같은 아싸 출신 인간들이 세심함이 필요한 교사라는 직업에서 더 뛰어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가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거나 홍보하거나 그저 즐기는 데 급급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자신들이 사회성이 좋고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들은 내성적인 사람들을 보며 한심하게, 또는 안타깝게 여기며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을 살피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이 정답이라 믿는 그 모습이 오히려 사회성 부족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내성적인 여러분은 그러한 성향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신중하고 타인의 기분을 생각하며 행동할 줄 안다.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지 않으며 당신이 마음을 여는 상대는 대체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어딜가든 당신은 최소한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 혹은 꼰대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며, 굳이 그 모습을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가진 모습을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러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곳에서 일하면 된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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