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로 인한 인구 감소는, 한국이 유독 돋보이긴 하지만 선진국 또는 경제대국들의 공통적 이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이민 정책을 통해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는 분명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민자를 사실상 난민과 동일시하고 난민과 함께 혐오하는 정서는 기득권을 지닌 각국 시민이 극복해 나가야할 문제이겠으나, 딱히 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과연 다른 의식을 지니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민자(정확히는 백인이 아닌 외국인 이주자)가 원주민 한국인 시민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달성했을 때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이민자를 위한 복지 정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가 느끼기엔 백인이 아닌 이주자들에게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원주민 한국인 역시 그에 맞춰진 차상위 임금에 만족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민 2,3세대들이 겪는 박탈감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 극도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이민 정책이 서둘러 진행된다면, 우리는 유럽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단순히 이민자 수용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통합과 이민자를 포용하는 사회 구조의 준비 없이는 이민 정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반드시 낳을 것이다.
이민 정책은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준비와 포용력을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민자를 진정으로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존 시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사회적 합의 없이 서두르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부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기회의 불평등, 공정한 경쟁의 결과 수준을 넘어선 과실의 편중이 해결되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아이를 낳으면 계층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잠재적인 자신의 자녀마저 거부하는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과연 완전한 사회적 타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이민 정책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