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JU Jul 07. 2020

이름에 대한 정의. 끌림.

첫인상, 이미지, 소망, 가훈, 함축적 의미,, 등등 이름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이름을 지어준 다는 것은 다소 부끄러운 행동으로 느껴진다. 예쁜 이름, 닉네임, 영어이름을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행위는 스스로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나타내는 단순하고 명료한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집안의 성씨를 (주로 아버지의 성) 물려받고 그 아이가 태어나 살아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축복과 추구할 가치를 담고 있는 이름. 무수한 잔가지를 뻗게 될 나무의 기둥과 같은 존재. 나의 이름은 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집안의 성씨와 대를 이어 내려가는 돌림자,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한 글자. 그렇게 나의 이름은 지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언제나 내 이름이 낯설었다.  30년을 넘게 쓰고 있지만 항상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가깝지만 언제나 멀게 느껴지는 나의 이름. 그것은 마치 운명이고 내가 품어야 할 대단한 가치처럼 느껴졌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을 따라다닐 짙은 상징.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름에 숨겨진 수많은 고려와 함축 속에 나를 낳은 내 어머니의 흔적은 철저하게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나를 품고 낳은 것은 내 어머니 인 사실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다.


나는 내 어머니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따와 나의 이름에 넣기로 했다. 


아버지의 성씨와 나에게 주어진 한 글자,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 중 한 글자를 골라 이름을 지었다. 이로써 나는 비로소 내 부모의 자식이 되고 내 이름에 나의 의지를 불어 넣는다.


훗날 죽어 가죽대신 남길 나의 이름에 어머니의 흔적이 깊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인생을 나아갈 거라는 상징으로.


내가 부를, 내가 불릴 이름. 김 유 주. 

작가의 이전글 나와 사물과의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