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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U Mar 11. 2021

사랑하는 온이의 3번째 생일.


2018년 3월 12일 오후 12시 19분에 태어난 나의 사랑하는 딸. 2021년 3월 12일, 이제 곧 3돌이 되는구나. 온전히 맞이한 너의 꽉 찬 36개월의 시간, 1,095일간의 나날들. 


너의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는 널 낳던 그날의 기분에 사로잡혀 과거로 회상을 하곤 한단다. 

40주 4일을 꽉 채우고서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엄마 욕심으로 널 세상에 내보내기로 한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녘을 아빠와 함께 오르던 그 언덕길, 앵두 스티커를 붙인 하얀색 트렁크, 그리고 뒤뚱거리던 엄마와 앵두의 발걸음.. 


병원에 도착해 태동검사를 하고 너의 심장소리를 듣던 순간들, 더 이상 너의 앙증맞은 발길질을 느끼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곧 너를 맞이할거라는 설렘, 곧 다가올 출산의 공포에 사로잡혀 복잡미묘한 심정이었던 것 같아. 그것은 마치 16시간 정도 비행을 하고 내린 낯선 타국의 공항에 처음 발걸음을 내딛던 그 떨림과 비슷했어. 모든게 낯설고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지만 미지의 세계를 향한 설렘 덕분에 한발자국 내딜 때 마다 요동치는 심장박동, 태연한 척 애쓰는 표정.  온이도 느꼈지?


온이가 3돌이 되는 지금, 가끔은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던 그 때가 그리워. 세상에 태어나 나 의외의 사람과 이렇게 모든 것을 100% 나누어본 경험이 없으니까. (먹는 것, 내가 느끼는 기분, 나의 컨디션, 모두 포함해서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너와 나는 온전히 다른, 개개인으로 마주하고 있어. 

온이는 엄마와 달라서 새로운 것에 겁이 많아 조심스럽고 신중하지. 식성은 매번 바뀌지만 그래도 태어나 지금까지 잘 자고 잘 먹는 아주 착한 아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엄마가 복이 많다 정말. 


온아, 엄마는 너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 태어나서 이렇게 온전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어. 물론, 엄마가 언제나 너에게 미소를 띄고 다정한 말만 해주는 사람은 아니지. 때로는 엄마가 온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엄격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어.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기분이 울적하기도 해. 그런데 온이야, 엄마는 온이가 이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너로 인해 과분한 사랑을 알게되었단다.아무런 이유없이, 조건없이, 충만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어쩌면 할머니가 서운하시겠다. 분명 할머니도 엄마에게 그런 사랑을 주셨을 거야. 지금도 그렇고. 그렇지만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엄마는 그걸 이제야 알았단다. 세상에는 그저 존재만으로 빛이나는,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너를 생각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사랑’이라는 단어는 너무 얕다고. 엄마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좀더 깊은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의 깊이는 마치 바닷물 같이 미지의 세계이니까. 엄마의 사랑을 표현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고, 서운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 

온이는 엄마의 세계에 내리쬐는 태양이고, 살랑이는 봄바람이고, 드넓은 바다야. 


엄마가 온이 이름을 지을 때 염원한 말이 있어.

 ‘나의 사랑하는 아가, 온 세상을 따뜻하고 어진 마음으로 품거라..’ 

엄마가 온이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우리 온이가 뿌리가 아주 깊은 나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 앞으로 살아가며 맞이할 갖은 풍파와 모진 현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서있는 나무로 올곧게 설 수 있도록, 엄마가 도울게. 


내년 이맘때가 되면 얼마나 더 커있을까. 엄마 욕심으로는 영원히 이대로 멈춰주었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리고 싶지만, 온이는 점점 더 엄마 손을 놓고 나아가겠지. 

온이야, 네가 걸을 그 길이 구불구불 꼬인 미로처럼 끝이 안보이고 그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할거야 부디 네가 밟은 그 땅엔 고운 흙과 따뜻한 햇볕이 가득 쬐기를, 부드러운 빗방울과 살랑이는 바람이 너의 땀을 식혀주기를, 엄마가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할게. 


사랑한다 온아. 

엄마에게 와주어 고마워. 생일 축하해 우리 까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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