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익수 May 15. 2024

상황과 이야기

비비언 고닉

이 책은 작년 11월에 운전중에 들은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라는 팟캐스트의 책 소개가 귀에 들어와서 구입하였다. 나의 첫 책을 출간한 이후로 어떠한 내용으로 두번째 책을 낼까를 염두에 두면서 읽었다. 쉽게 읽혀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의 내공과 함께 글쓰기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되어 나로서는 드물게 두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저자는 이 책을 15년간 예술대학 석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가지고 썼다. 저자는 한 덩어리의 소재 속에 묻혀 있는 경험을 발견하고 그것이 글로 잘 빚어지고 있는지 즉, '누가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이 책을 맺으면서 저자는 결론적으로 글쓰기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의 글이든 남의 글이든, 글을 읽고 평가하는 법은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글쓰기는 기술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기술은 가시적으로 필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글쓰기는 기술의 결과물도 아니고, 기술을 사용하는 활동도 아니다.

대화에 서툰 사람은 설사 언변이 아주 좋더라도 대화를 독백과 구분하지 못하기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언변을 갈고 닦아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대화에 아주 능한 사람은 말주변은 떨어질지 몰라도 대화란 서로 주고 받는 활동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대화도 글쓰기도 화술을 익힌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개념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글쓰기 기술만 가르치려 들다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

 Clear and Simple as the Truth (Francis-Noël Thomas and Mark Turner)

어떤 작가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이용하여 특정한 주제를 탐구하면서 쓴 글은 에세이 이며, 특정한 주제를 이용하여 작가 자신을 탐구하고 조명하고 정의한 글은 회고록 이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회고록으로 인도하는 것은 글쓰는 사람이 추구하는 탐구의 깊이이다.

어떤 글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시점에 마침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글은 글을 쓴 사람의 경험을 넘어 설 수 없고, 읽는 사람의 경험을 넘어 선 글은 읽혀 지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배우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