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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영 Mar 22. 2021

진로#3. 진로문제=인생문제

압박감은 있는데 절박함이 없다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특히 ‘우울로 죽고 싶다’는 내담자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부모님에 대한 압박감, 시험에 대한 압박감, 성취에 대한 압박감, 물론 약간의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는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압박감은 실패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폐인이 될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압박감은 억압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내 안의 욕구를 억압할 때 우리는 우울, 화, 분노, 죄책감, 적개심 등의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압박감은 있는데 절박함이 없다 


  새 학기를 맞아 대학에서는 이전 학기보다 진로상담이 더 많아졌다. 상담 첫날 3명의 학생이 왔는데 모두 3학년이었고 고민하는 내용도 신기하리만큼 거의 똑같았다. “성적에 맞춰 별생각 없이 선택한 전공이다. 전공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공을 살려서 진로선택을 하고 싶다”. 이 말인즉슨,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까우니 전공을 살리고 싶은 것이다(성적이 좋든 안 좋든 비슷). 아니 어쩌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이들을 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그들 대부분은 진로나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는데 절박함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압박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시야가 좁아져서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절박함은 절실한 마음 상태, 이것으로 끝을 보겠다는 결단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 즉, “나 이거 아니면 죽겠다는 단단한 의지”의 상태로 매우 주체적인 모습이다. 고시에서 5번 낙방한 고시생이 “앞으로 두 번만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미련 없이 정리하겠다”라고 결단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설사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즉 절박한 마음은 결단하는 태도를 만들어 낸다. 이들은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것에 집중한다. 이에 반해 압박감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실패했을 때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불안이 높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우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결국 나중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에게 압박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그 대상을 원망하면서 적개심과 복수심도 가지게 된다.


                                                  진로는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진로와 직업을 종종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진로란 직업을 포함하여 개인이 살아가면서 일과 관련된 총체적인 경험을 말한다. 즉, 진로란 직업생활뿐만 아니라 여가생활, 결혼생활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진로는 개인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바로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진로=인생’인 셈이다. 우리는 인생을 말할 때 흔히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진로를 탐색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여행에 비유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목적지이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나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분명하지 않거나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면 지도나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내가 여행할 목적지는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써 큰 목표에 해당한다. 진로를 찾을 때 목표 설정이 중요한 이유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여행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다. 여행자는 어떤 목적으로 그곳에 가려고 하는지, 그곳에 가기 위한 여행자의 몸 상태(체력)는 괜찮은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지, 여행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길이나 좋아하는 이동수단은 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이를 진로상담에 적용해보면 자신의 가치, 능력, 흥미, 적성, 신체적 특성 등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순간들을 만나게 되고  그때마다 우리는 결정을 해야만 한다. 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한 정보 및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작든 크든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능력이 합리적 의사결정 기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진로 결정을 할 때 부모님의 요구나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서, 또는 친구들을 따라 하거나 사회적 편견에 의해서 하게 된다. 즉, 외적인 요구에 따라 합리적이지 않는 선택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외적 요구에 의해 선택한 진로에서 만족을 느끼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곧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진로 결정은 신중해야 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진로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협력의 과정


   진로상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상담자는 진로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세계와 직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모든 결정은 완벽할 수 없기에 어떠한 결정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도 알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 따라서 진로 결정에 대한 평가는 결과만 가지고 할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평가를 하는 게 마땅하다. 20대 젊은이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시대는 서로 이질적인 직업군 5~6개를 경험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때보다 더 어려워진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진로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머리를 맞대고 내담자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함께 정하는 협력의 과정이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특정 상황과 현재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되어야 할 것은 내담자의 욕구를 파악해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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