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Sep 08. 2020

일이 싫어

아주 가벼운 토로

내 일 뭐냐.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달렸지만 남은 건 너덜너덜한 육신뿐이다. 넌 서비스를 제공했고 난 그 대가로 너에게 돈을 주었으니 이것은 정당한 거래다,라고 받아치는 이가 있다면 내 자리에서 딱 1년 정도 일 해보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이게 정당한 거래인지. 인격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게 정말로 그렇게 완벽한 시장의 가치인지 말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건 내 영혼을 조금씩 띄어서 고객들에게 건네주는 일이다. 

고객들은 정성 어린 서비스에 감동하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발견하면 나는 바로 잊힌다. 마음을 써서 고객에게 다가가지만 고객은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상품으로 대한다. 그들은 열정과 진심을 원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실 돈 이외에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당연히 그런 거지 생각했다. 그게 상식이니까. 하지만 돈이 보상해주는 것이 더 이상 보상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왔다. 돈으론 도저히 회복 불가한 마음의 구멍이 크게 생겼다. 


"고객감동 실천"을 위해 분투하며 이 일에 종사했다. 순조로울 때도 있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역시 올해가 최고로 힘들다. 코로나 덕분에 하루에도 여러 번씩 버림받는다. 그 와중에 신규 고객이 나를 택한다. 나는 버려지다 또 선택받는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내 영혼은 갈려나간다. 나는 완벽한 서비스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고객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나는 월세에서 전세로 옮겼고 나이 든 고양이의 병원비도 낼 수 있다. 애인에게 맛있는 밥도 사줄 수 있게 되었다. 내 영혼이 울고 있는 자리에, 아무리 자도 떨칠 수 없는 피로에,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게 된 몸에, 언젠가부터 나는 혼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신음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고객님들 앞에서 영혼 없는 말들만 늘어놓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참으로 비참한 경험이다. 


나 역시도 한 명의 소비자로 누군가를 어떤 상품을 그렇게 취급해왔을 것이다.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고. 그냥 너무 지쳐버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구구절절 서론이 길었다.

ㅈ같아서 못해먹겠다고 이젠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고객이다. 나는 오늘부터 당신들에게 어떤 마음도 쓰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나에게 그렇게 하듯이.

작가의 이전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