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마지막 업데이트가 4월 30일이고, 오늘은 6월 30일이니 딱 2달 만에 접속하게 되었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1. 난 퇴사를 했다. 3주 정도 되었다. 백수로 지내니 세상 속 편하고 좋다. 물론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 일부는 까먹고 있다.
이 돈이 떨어지면 다시 구직을 하러 다닐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직 조금 더 놀아도 되는데 이력서를 넣은 곳들이 몇 군데 있었고 그중 하나에서 오늘 연락이 왔다. 반갑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급여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고, 또 무언가를 생산(노동) 해야 한다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생산성, 최선, 노력, 의지, 버티기 등이 점철되었던 내 삶. 좀 지쳐있다. 나를 더 많이 채워야 세상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안이 차오르면 넘치듯이, 분명 또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고 싶은 날이 오겠지. 허나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통장 잔고가…………
2. 우리 집 고양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날씨가 더워 좀 지쳐 보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잘 먹고 잘 싸면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물도 주는 대로 잘 마시고 있다. 얼마 전에 재채기를 좀 하길래 병원에서 피검사 +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간수치가 다소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그 검사 결과 기다리는 동안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조바심이 나든지.
우리 고양이는 이유식용으로 나온 닭고기를 생으로 먹는다. 평상시에 냉동실에 두었다가 전날 먹을 분량만큼을 냉장실로 이동해 충분히 녹으면 급여해준다. 처음에는 1회분 섭취 분량의 반절도 먹을까 말까였다. 오도독오도독 사료를 평생 즐겨 먹고살았으니 생고기가 어색했겠지. 지금은 뇸뇸뇸 잘 먹는다. 그 생고기에 영양제와 유산균 그리고 물을 좀 섞는다. 때로는 주식캔을 따주기도 한다. 사료를 먹던 때와 비교하면 소변도 시원하게 잘 보고, 변비가 종종 있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오늘은 내 1인용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웬만하면 앉을 일 없는 책상 의자에 앉아서 놀고 있다.
3. 4월 초반에 결혼식을 치렀고, 가끔씩 이 결혼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순간들이 있었다. 상대방의 말, 행동이 실망스러웠거나 선을 넘었다거나 그런 이유라면 심플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신랑은 한결같았는데 내가 갈등을 느꼈다(신랑 미안). 세상 어딘가에 나랑 더 잘 맞는, 더 잘난 누군가가 또 있지 않을까? 이 사람이 정말 나에게 최선의 사람인 걸까? 이렇게 정착하여 오랫동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이 한 사람과? 그런 생각들 말이다. 여하튼 이런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난 굉장히 괴로웠었다. 누가 이 사람하고 결혼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온전히 내가 내린 결정과 선택에 대해 의심하는 건, 그것도 무려 결혼에 대한 의심만큼 내면을 갉아먹는 것도 없는 것 같다.
3-1.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의심과 고민의 횟수가 차츰 줄어들 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아직 이 사람을 아끼고 있고, 사랑해주고 싶으며, 상대도 마친가지인 대다, 생활 파트너로서도 손발이 잘 맞고 있지 않은가. 결혼에 이보다 더 핵심적이고 중요한 토대가 있겠느냐 말이다. 물론 가끔은 미울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고 홀가분한 싱글의 생활이 생각날 때도 있다. 앞으로도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듯이, 이 결혼을 하루, 일주일, 한 달씩 착착 잘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오랜 세월이 흘러 곁에 서로가 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행복해할 순간도 올 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혼자 살든 결혼해 살든 ‘지속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괴로움의 근원이었던 것 같다. 욕심은 좀 접어두고, 이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갈 우리만의 marriage life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레벨업을 한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