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 치매환자 시대, 치과 정부대책은 제로.
2년 전, 아버지의 아래 이 하나가 별안간 없어졌다. 일주일 전 내가 양치질을 시켜줄 때만 하더라도 있었던 이가, 그새 감쪽같이 사라졌다. 상주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없어진 이에 대해 묻자 놀라시며 모르겠다고 한다.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치과로 전화를 해보니 없어진 이는 아마 썩어 부러져 음식물을 드실 때 같이 삼키셨을 것 같다고 한다. 삼킨 이는 변으로 배출이 될 거라 해주셔서 그나마 안심을 했지만, 치과 진료에 대해 고민이 컸다.
치매의 합병증 중 하나는 치아 손상이다. 치아 손상을 치매 합병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대부분의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이 백이면 백 치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리면 점차 자신의 몸을 돌보는 방법을 잊는다. 매일 이를 닦아야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양치질하는 방법, 양칫물을 뱉는 방법도 잊어버린다. 주변에서 돕는 행동도 이해하지 못하게 돼서 도움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는다. 제대로 관리를 못하니 치아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꼭 받아야 하는 치과 진료 역시 몹시, 완강히 거부한다.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에 방문했을 때 치아 엑스레이를 찍게 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다. 기계 정면에 서서 이로 기구를 꼭 물고 움직이지 않아야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는데... 진료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크게 벌린 채 입안으로 들어오는 기구들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는 아버지였다. 치매환자에게 치과는 그야말로 난이도 최상의 병원이었다.
몇 년 전 큰맘 먹고 아버지의 치과 시술을 받게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충치로 인해 통증을 호소했기에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치매 환자 전문 치과를 검색해 보니, 다행히 사당역 부근에 “따뜻한 치과”라는 곳이 있었다. 이곳은 치과 진료가 힘든 치매 환자, 장애인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주는 곳이었다. 숙련된 간호사분의 도움으로 치아 엑스레이를 가까스로 찍었다. 엑스레이상으로 3개 정도의 이 치료가 필요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따로 날짜를 잡아 수면 마취를 한 상태에서 치료를 하기로 했다.
시술 당일, 매번 진료 시마다 마취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의사 선생님은 그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술을 해주셨다. 치과뿐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치매 환자의 진료는 꺼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치매 환자 전문 병원이라서 그런지 아버지의 이상행동들에 대해서 의료진들이 이해를 많이 해주시는 게 느껴졌고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병원이었다. 예전 일이라 아버지가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총비용이 200만 원 가량 나왔다는 건 기억에 남았다! 친절한 병원이었지만 치료 가격만큼은 친절치 않았다.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취를 하고 시술을 하느라 일반 진료보다 비용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얼마 전 한 기사를 봤다.
(“치매환자 진료 가능 치과 50개 미만, 국가적 인프라 구축 시급”https://www.dentalk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50 )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이 넘었는데, 치매환자 치과 진료 가능 병원이 50개소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구강 관리는 생명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씹고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 섭취가 줄고 근감소증, 영양실조로 이어져 흡인성 폐렴, 욕창, 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다. 일본의 경우는 약 40년 전부터 방문 치과 진료를 제도화해서 치매 초기부터 국가 정책적으로 구강 기능 보존을 추진해 왔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치매 정책에는 구강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로서 공감이 가는 기사였다. 최근에도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 근처 치과에 방문했는데 난색을 표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아버지의 치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점점 더 나빠지고 있지만 다시 치과에 모시고 가는 것, 진료를 보는 것, 비용 부담까지 만만치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간다.
우리나라 정부의 치매케어정책에 치매 환자의 구강관리 내용이 반영되어서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치과도 늘어나고 일본처럼 방문 치과 진료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한 중증 치매 환자의 치과 시술 비용의 일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 치매 환자들에게 합병증처럼 따라오는 치아 손상과 치료에 대한 제도적 측면의 도움이 절실하다.
100만 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는 말은, 그를 돌보고 있는 더 많은 수의 보호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증 치매 환자는 말이 없다. 그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실적인 치매 정책이 수정 보완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