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귀찮지만 좋아한다. 모순적이지만 정말 그렇다.예전에 혼자 살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누군가가 빨래를 해줬다. 본가에서는 절대 내 손으로 빨래를 직접 하지 않았다.대부분이 그러하듯 엄마가 항상 빨래를 해주셨다.
지금 이곳은 치앙마이다. 치앙마이는 엄마와 외숙모, 두 분과 함께 3년 만에 찾은 여행지다. 우리 셋은 자주 여행을 떠났다. 일본의 규슈 일주, 간사이 일주, 라오스 일주, 필리핀 일주 등 다양한 곳을 떠났다. 그때도 항상 속옷과 양말 그리고 티셔츠는 엄마가 빨래해 주셨다. 빨래는 귀찮았기 때문이다.(엄마가 자상해서 다행이다)
서운하게도 엄마는 곧 한국으로 귀국하신다.그래서,두 시간 전, 치앙마이 국제공항으로배웅을 갔다 왔다. 안타깝게도 이제 빨래는 완전히 내 몫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빨래를 좋아한다. 빨래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잘하지 못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혼자 중동 여행을 할 때는 비누로 손빨래를 한 뒤, 창 밖에 걸어놓곤 했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코인 세탁소에서 직접 여러 여행자들과 자리싸움을 하며 빨래를 했다. 사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는 몇 날며칠을 같은 옷을 입고 빨래를 미루기도 했다. 러시아에는 코인 세탁소가 없고 겨울철이어서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나는 빨래를 상황에 맞게 잘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여기에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행이다.
여행을 하며 빨래를 하는 건 손빨래든, 코인 세탁소든 전부 좋다. 특히, 코인 세탁소는 누가 옷을 훔쳐갈 수도 있다는 경계심에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딱히, 세탁소 안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지금도 세탁소 내부의 자판기에서 구매한 맥주와 과자를 먹다가내 생각을 글로 끄적이며 무료함을 달래지 않는가.
두 번째. 빨래는 보통 길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한 공간에 죽 치고 앉아있기에는 꽤나 긴 시간이다. 그래서, 빨래 이후의 계획을 세우는 재미도 솔솔 하다. 현재 시간은 11시 14분. 옷이 마르기까지 이제 6분이 남았다. 11시 20분이면 빨래는 끝나고 엄마와 외숙모는 이륙을 하여 한국으로 향하는 하늘길로 날아오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다려진다. 치앙마이의 비행기는 언제나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님만 거리를 지나치기 때문이다. 손을 흔들며 그녀들의 안전한 하늘여행을 안녕할 것이다.기록을 남기고 다음 계획을 세울 수있는 완벽한 시간. 그게 빨래의 매력이고 내가 빨래를 귀찮아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유다.